[강종우의 한라시론] 쓰레기 버리는 남자

[강종우의 한라시론] 쓰레기 버리는 남자
  • 입력 : 2019. 11.14(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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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쓰레기 버리는 남자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나선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아내 옆에 오래도록 있자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클린하우스 앞에서 가끔 들었던 생뚱맞은 의문 하나. 왜 꼭 돈 내고 버려야 하지? 카드를 만들어 무게까지 달면서 말이다. 다른 나라에선 에코머니다 아톰화폐다 하며 되레 지역화폐로나마 되돌려주는 마당에…. 바로 옆 '쓰레기는 자원'이란 홍보문구가 너무 어색하다.

엊그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제주개발공사 PET병 자동수거보상기 이용실적이 갈수록 느는 모양이다. 패트병이나 캔을 집어넣으면 5-10원 상당의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일종의 재활용품 자판기다. 올 9월 제주시 12곳에 설치됐다. 지난 두 달 수거량이 벌써 6만개를 넘어섰고 이용객 수도 매월 2000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150명이 이용한 셈이다.

참 다행스럽다. 이태전인가. 연수차 독일 한 마트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사회공헌위원들이 너나없이 바로 도입하자며 제주개발공사를 재촉했던 때가. 그 이듬해 제주올레와 정방폭포, 사려니 숲길에 시범으로 처음 선보였다. 올해는 제주시 하나로마트와 재활용도움센터, 그리고 공항으로 확대된 것. '깨끗한 제주를 만들기 위한 자원순환프로젝트'. 지방 공기업이 모처럼 사회적 가치에 주목, 작심하고 추진한 일이다. 담당직원들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이 한 몫 거들고 있어 더욱 그렇기도 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또 다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애월에선 '일회용품 쓰지말게'가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주민과 동네상점이 함께 나서서 진행 중인 공익캠페인이다. 여기에 30여 개가 넘는 편의점이 참여하고 있다. 주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애월읍 일회용품 없애기'단은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대신 천으로 만든 에코백이나 종이봉투를 쓴다. 이를 위해 600개의 에코백과 종이봉투 3만장을 보급했다. 에코백은 주민에게 기부받거나 호텔에서 받은 침대시트를 재활용해 제작한 것이다.

사회적경제기업도 하나 둘씩 동참하고 있다. 제주해안을 따라 여행하면서 쓰레기도 줍는 '바이클린'. 사회적기업 바이크쉐어링이 내놓은 생태여행 서비스다. 모집 때마다 곧바로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리는 인기상품이다. 마을기업 '함께하는 그날'은 쌀가루을 원료로 분해하기 쉬운 친환경 빨대를 만들어 판다.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비칠지 모른다. 플라스틱의 역습… 정말 충격적인 쓰레기 대란, 환경재앙 앞에선. 그냥 사소한 행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바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커다란 힘이자 중요한 모멘텀이기 때문이다.

그레타 툰베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앞으로 존재할지 아닐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3년 전부터 '등교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제 열 여섯에 불과한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에 나서면서 미국대통령 트럼프를 노려보던 이 작은 영웅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제 우리 세대가 이들에게 응답해야 할 때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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