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의 문화광장] 해녀 vs 국회의원

[이한영의 문화광장] 해녀 vs 국회의원
  • 입력 : 2019. 11.12(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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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맘 때 제주해녀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제주도의 오랜 숙원이었던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그동안 거친 바다에서 묵묵히 그 전통의 명맥을 이어온 제주해녀분들과 일관된 제주해녀 보존정책을 추진해 온 도정 그리고 제주도민의 성원과 온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얻은 결과여서 그 의미가 더욱 뜻깊었다. 어디 그뿐인가 입법기관에서는 제주 지역구 국회의원,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제주해녀를 위한 법안 통과에 합심해왔다.

세월은 정말 빠르다. 벌써 오는 11월 30일이 등재 3주년이 돼 여러 기관에서는 이를 기념한 제주해녀 세미나와 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일련의 행사들이 지금까지 제주해녀에 대한 정책이 나아간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중간 점검해 더 큰 미래를 계획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는 이러한 세미나와 토론회에 제주해녀분들을 토론자나 발제자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 제주해녀를 단순히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제주해녀 공동체와 자신들의 터전인 제주 바다에 대한 정책과 운명을 결정짓는 능동적인 주체자로서 말이다. 그간 제주 해녀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과거로부터 제주해녀는 불턱이라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민주적 회의와 투표를 통해 모든 의사 결정을 했다.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인 불턱회의는 민주적 의사 결정의 원형으로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제주해녀가 직능대표로서 직접 국회의원에 출마해 보면 어떨까? 단순히 제주해녀의 직능대표가 아닌 우리 전통문화의 대를 잇는 모든 전통직종의 대표로서 말이다. 제주해녀는 전통직종이 현대사회와 공존하며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가장 성공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제주해녀는 2015년 우리나라 첫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16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으며 2017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제주해녀문화가 예술적·역사적·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보호 대상으로 지정된 것이 필자로서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사진작가 채승우의 '한 사회가 전통을 재현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잃어버렸는가를 말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해녀문화를 본격적으로 보존하겠다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결국 제주해녀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현실의 재확인이자 반증이기 때문이다.

해녀는 문화이기 이전에 직업이다. 지금까지는 제주해녀를 운명으로 감내한 해녀어머니들의 희생 덕분에 유지됐다. 하지만 앞으로 해녀 혹은 해남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용기 있는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로서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대를 이을 젊은 후계자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4대 보험이나 근로환경안전기준 등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이번 3주년을 맞아 제주해녀가 직업으로서 갖추어야 할 제도적 장치들은 무엇인가 점검해보는 성숙한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 회장·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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