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둔 딸에게
#수능 #대학입시
  • 입력 : 2019. 11.11(월) 17:13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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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1세대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기존의 학력고사 방식으로 교육을 받아온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대학입시제도가 변경되자 매우 당황했다. 교육부에서는 이런 당황스러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험생들이 시험을 두 번 치르게 하였다. 수능을 8월과 11월에 두 번 치르고 둘 중에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가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수능이란 시험방식에 적응하려니 학생, 교사, 부모가 모두 여러모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현재까지 여러 번의 수정과정을 거치며 현재 수능이 태어났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제 내일 모레면 올해 고3인 딸이 수능을 본다. 내가 수능을 보았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날씨는 매우 추웠고 난 긴장을 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수험생들이 그랬을 것이다.

수능을 앞둔 딸에게 무슨 말을 할까? 요즘에는 수시와 정시 모집이라는 제도가 있어 수시 모집을 할 경우에는 합격 발표가 미리 나는 경우도 있다. 딸아이도 이미 한 학교는 합격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을 치르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그래도 나머지 다섯 학교의 합격 발표에 수능 점수가 포함되니 꽤나 긴장한 모양이다. 얼마 전부터 잘 먹지도 않고 그나마 조금 먹은 것도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결실이 하루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 딸은 발표도 잘했고 책을 많이 읽었으며 다양한 봉사로 많은 경험을 했다. 아이가 가진 이런 장점으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을 했다. 딸은 성적이 뛰어난 상위권도 아니고 부모가 유명인사도 아니며 부정을 저지르거나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충실했을 뿐이고 때론 그 결과가 긍정적이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는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난 믿는다.

아이는 이제 조금 있으면 스무 살 어른이 된다. 이제 교복을 벗고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그런 딸이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 딛었으면 한다. 마음이 단단해야 세상을 조금 더 크게 볼 수 있고 그래야 어떤 문제가 생겨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응력과 문제해결력을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한 관문이다. 어른이라는 삶에서 용기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수능’이라는 첫 관문에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빛나고 아름다운 너이며 엄마의 자리에서 너를 항상 응원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건 나의 평생 몫이며 너를 위한 사랑이기도 하다고.

우리 딸을 포함한 제주의 모든 수험생을 응원한다. 그리고 수험생을 보듬었을 많은 부모들과 선생님들도 애썼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날씨 예보를 들으니 올해 수능 날도 매우 춥다고 한다. 그래도 마음만은 따뜻한 수능 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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