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되살린 제주 항아리의 기억

한지로 되살린 제주 항아리의 기억
오기영 개인전 11월 15일까지 제주시 중앙로 돌담갤러리
송이·닥 등 혼합 한지 연구로 맑고 투명한 빛깔 '항' 완성
  • 입력 : 2019. 11.04(월) 17:1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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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영 개인전 '항-제주의 삶과 자연을 읽다' .

한국화 작업을 통해 도시의 사라진 풍경을 살피고 제주섬이 흘러온 시간을 담아온 오기영 작가. 그가 이번엔 흙으로 빚어온 옹기에 눈길을 뒀다. 유년의 기억에서 퍼올린 장면에서 출발해 척박한 화산섬의 풍토까지 다다르며 제주옹기의 하나인 '항'(항아리)을 불러냈다. 4일 시작된 그의 열여덟 번째 개인전 '항-제주의 삶과 자연을 읽다' 주제 개인전이다.

오 작가는 어릴 적 집에 줄지어 서있던 항을 떠올리며 어머니의 지난 시간을 가늠하고 그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려 했다. 그것은 제주 사람들의 삶을 작품에 녹여내는 과정이었다.

항에 얽힌 사연을 품기 위해 그가 택한 재료는 한지다.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은 어머니의 성품처럼 어떤 형태든 포용하는 너그러움을 지녔지만 건조가 되면 어떤 재료보다도 단단하다.

작가는 어머니가 쓰던 항을 크기별로 석고로 떠 틀을 제작한 뒤 종이를 붙여가며 모양을 완성해갔다. 이 때 사용하는 한지는 화산송이, 현무암 돌가루 등을 첨가한 펄프와 닥 등을 혼합해 만들었다. 이런 작업 끝에 나온 항은 맑고 투명한 빛깔을 뿜어냈고 마르면 더욱 견고한 형태를 띠며 작가의 작업 의도를 드러냈다.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한지의 물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오 작가는 "앞으로 제주스러움을 작품에 녹여내기 위해 자연친화적인 재료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활용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이달 15일까지 제주시 중앙로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지점 지하1층 돌담갤러리. 문의 010-4699-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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