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거짓은 진실로 포장해도 ‘진실’을 이길 수 없다

[고대로의 백록담] 거짓은 진실로 포장해도 ‘진실’을 이길 수 없다
  • 입력 : 2019. 11.04(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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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문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제주 제2공항 관련 사업 계획이 적절치 않고 공항 입지 선정도 부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2공항 반대단체들이 제2공항 후보지 입지선정 타당성 조사 용역 등이 현 후보지(성산읍)에 유리하게 짜맞추기식으로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국토부는 "전혀 문제없다"고 반박해 왔다. 여기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아예 한 술 더 떠 "비전문가들이 무엇을 알겠느냐"고 제2공항반대 단체들의 주장을 폄훼하기까지 했다.

특히 ADPi가 현재 제주국제공항 동서활주로의 최적화, 기존 활주로에 평행 활주로 추가, 보조활주로 재가동을 통한 교차 운용 등을 추진하면 제주국제공항 개선으로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제시했지만 원 지사는 "현실성이 없는 이론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KEI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개발 기본계획(본안)에 대한 검토 의견이 공개되면서 제2공항 반대단체들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KEI 자료에 따르면 제2공항 사업지구는 인근에 철새도래지가 있고 과수원, 양돈장 등이 입지한 지역으로 국내외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다. 제2공항 건설에 따른 항공기 소음 피해와 민원의 사전적 예방을 위한전략환경영향평가의 취지를 고려해 기존 대안과 추가 대안에 대한 비교와 검토를 통해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 6개의 기존 대안뿐만 아니라 기존 제주공항 확장, 타 입지 대안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제주 제2공항 반대단체들이 그동안 조사 및 연구를 통해 발표·주장한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너희들의 주장은 틀리고 내말만 맞다"며 제주 도민들을 기만하고 오만한 자세로 일관해 온 국토부와 원 지사가 이제 어떤 변명으로 이 사태를 대처해 나갈지 궁금하다. 더 늦기전에 그동안의 거짓에 대해 인정·사과하고 이제부터라도 합법·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더 이상 도민을 혹세무민하는 행정을 해서는 안된다. 인공지능과 4차산업 혁명으로 모든게 투명해지고 공정과 공평이 화두인 이 시대에 거짓을 진실로 그럴듯 포장하고 무턱대고 '나를 따르라'는 구시대적인 리더십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제주도 의회도 이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달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도민공론화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처리를 앞둔 제주도의원들은 제2공항 개발로 땅값 상승을 기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기대심리에 편승, 지역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지엽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제주미래를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도민들의 뜻에 따라 제2공항 문제를 도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용단을 내려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난달 30일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성언 정무부지사를 다음날 임명 강행하는 원 지사의 독단행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정이 도의회를 물로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제 도의원들의 역량에 달렸다. <고대로 행정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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