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는 '제주4·3희생자'가 될 수 있을까

폭도는 '제주4·3희생자'가 될 수 있을까
4·3연구소, 11일 '희생자, 배제와 포용' 학술대회
이재승 "5·18폭동→항쟁·동학난→혁명 상기해야"
  • 입력 : 2019. 10.12(토) 13:35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4·3연구소는 지난 11일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제주4·3 71주년 기념 '4·3희생자 배제와 포용'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송은범기자

제주4·3희생자에 '적극적 봉기자'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들에게만 부각된 '범법자성'을 걷어내고 저항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공헌자성'을 인정해야만 제주4·3을 둘러싼 정치·철학·도덕적 논쟁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4·3연구소는 지난 11일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제주4·3 71주년 기념 '4·3희생자 배제와 포용'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희생자 인정에서 위계(位階)'를 주제로 주제발표에 나선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주4·3에서 적극적 봉기자는 압제와 분단정책에 대한 저항자로서의 '공헌자성'과 불법적인 국가폭력의 희생자로서의 '피해자성', 당시 형법 위반자로서의 '범법자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부는 제주4·3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오로지 범법자성만 인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북청년단 및 군인 출신 인사들이 지난 2001년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해 헌법재판소가 "파괴사태 가담자나 남로당 간부, 무장봉기 주도자를 희생자 범주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제주4·3연구소는 지난 11일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제주4·3 71주년 기념 '4·3희생자 배제와 포용'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송은범기자

이에 대해 이재승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항쟁 가담자 개인에 대한 유무죄를 밝히는 사법적 판단을 내리지도 않고 오로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입각해 이들을 집단적으로 배제했다"며 "이는 헌법재판소의 기능인 인권법원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엉뚱하게 '정치적 형사법원'을 자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3 당시 무장대와 민간인을 학살한 군경은 국가 차원에서 공헌자(유공자)로 규정하지만, 학살당한 사람의 시선에서는 여전히 범법자에 불과하다"며 "5·18항쟁 참여자도 제주4·3항쟁 참여자와 마찬가지로 폭도로 매도당했으며, 동학혁명 가담자들도 오랜 세월 동안 '동비(東匪)'로 불렸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무장대의 봉기는 3·1사건 이후 제주 전역에서 강화되는 검거선풍, 고문살해, 정치적 박해에 대한 집단적 반격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무장대의 살상행위도 군대의 무자비한 초토화작전에 대한 자위적인 대항폭력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전체 희생자 8할에 달하는 정부 측 가해책임을 추궁하지 않은 현실에서 무장대의 살상행위를 문제 삼지 않은 것이 형평에도 부합한다"며 "특히 훗날 제주4·3항쟁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날에는 적극적 봉기자를 희생자에서 '저항자'로서의 일정한 명예도 부여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4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