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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의 詩(시)로 읽는 4·3] (29)미친 사랑의 노래 5-김순이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10.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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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 누이

미쳐서 죽었다

4·3사태 피해서 일본 간 지아비

찾아서 밀항선 타고 들락거리다가

사랑의 그리움에 침몰해 버렸다

어떤 의사도 건져내지 못하였다

격정의 소용돌이 속의 그녀

사랑하는 사람 위해서 지은 옷 한 벌

보따리에 싸안고 부둣가 서성이며

날마다 날마다 마른 가지로 여위어

새까맣게 타죽었다 그리움의 불길에

풀조차 돋지 않는 그 무덤에서

들려온다

죽어서도 부르는 미친 사랑의 노랫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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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가장 따뜻한, 가장 바람직한 인간관계이다. 가슴을 가진 사람, 그리고 영성(靈性)을 갖춘 사람이 서로 유대 또는 사귐을 갖는 것이고, 그것들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곧 사랑이다. 그렇다면 미친 사랑은 도대체 어떤 사랑일까? "내 아버지 누이 미쳐서 죽었다" 어찌 미쳐서 죽었을까? 사랑이 왜 미칠 수밖에 없었을까? 사랑의 담론에서는 철학, 심리학, 종교론, 윤리학, 예술론, 심지어 정치론까지 망라되어야 한다. 사랑은 한국 문화와 사회와 인간관계에 두루 걸쳐서 이야기되어 마땅하다. 사랑은 진과 선과 미를 두루 감싸고 있는 인간 심성이면서 현실적 효용성을 충족시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아버지 누이'는 바로 열정의 덩어리를 가슴에 안고 미쳐버렸다. 내 아버지 누이가 부르는 '미친 사랑의 노랫소리'는 위대한 미침을 향한 역사적 부름이다. 저 참혹한 역사가 역사를 부르라 말한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사회가 전쟁을 기록할 때 생존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가 펴낸 유명 저서의 제목이다.

제주도처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학살을 자행한 토벌군들은 그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수많은 폭력과 성폭력 등을 저질렀다. 성폭행, 여성고문, 대살(代殺, 남편이 도피한 상황에서 아내를 대신 죽이는 행위), 강제결혼 등은 4·3 당시 여성들에게 행해진 특수한 폭력들이다. 서북청년단원들이 여성들을 흔히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윤간한 뒤 질 안에 수류탄을 집어넣어 폭발시켰다. 토벌군은 가족, 약혼자, 배우자 남성들의 목숨을 빌미로 여성들과 강제결혼을 하기도 했다. 4·3사건은 30여 만 명의 도민이 연루된 가운데 2만5000~3만 명의 학살 피해자를 냈다. 전체 희생자 가운데 여성이 21.1%,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5.6%, 61세 이상의 노인이 6.2%를 차지하고 있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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