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계 이 사람] (33) 서순실 제주큰굿보존회장

[제주문화계 이 사람] (33) 서순실 제주큰굿보존회장
"40여년 굿 인생… 큰굿 전승에 활력 생겼으면"
  • 입력 : 2019. 10.01(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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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일본 쓰시마 4·3위령굿을 집전한 서순실 심방. 제주큰굿 전수교육조교인 그는 큰굿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승격돼 전승 기반이 좀 더 탄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진선희기자

굿 현장 공감력 높은 예능인
쓰시마 위령굿도 감동 전해

안사인 심방 등 고마운 스승
"제주큰굿 국가문화재 승격
전승 기반 탄탄해지길 기대"


"언제 올건가 기다리당 보난 70년이 넘었구나. 산사람이믄 편지 연락이라도 허주만. 이제랑 산을 넘고 바다 건너 4·3평화공원으로 그릅써."

그는 굿판에서 '단골'로 불리는 청중들과 높은 공감력을 보여주는 예능인이다. "왜 오늘 이 굿을 하는가"를 고민하고 그에 맞춤한 사설로 현장의 감동을 빚는다.

지난 29일 열린 제3회 '제주도 4·3사건 희생자 쓰시마·제주 위령제' 위령굿도 그랬다. 4·3평화공원에 행방불명인 표석이 있다는 걸 알고 시신조차 확인 못하는 수장 희생자들을 바다에서 끌어내 제주로 고이 모시는 제차를 진행했다.

제주큰굿보존회 회장인 서순실 심방.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수남의 사진에 김녕리 잠수굿을 하는 20대의 앳된 그가 등장했듯, 10대 시절부터 시작된 그의 굿 인생은 40년이 넘는다. 그 여정에 세 명의 '스승'이 있었다. 무업을 했던 어머니, 칠머리당영등굿 초대 보유자인 안사인 심방, 제주큰굿 보유자 이중춘 심방이다.

어머니는 생전에 안사인·이중춘 심방에게 "아즈방, 우리 딸 부탁햄수다"라는 말을 했었다. 굿판을 다니는 여자에게 따라붙는 뒷말을 염려한 거였다. 1980년 제주 심방들을 불러모았던 전국민속예술경연에 참가하며 인연을 맺은 안사인 심방은 칠머리당굿 전수생이던 그를 "당차다"고 북돋우며 굿을 가르쳤다. 제주큰굿으로 이끈 이중춘 심방은 '굿 문서'를 그에게 남겼다.

현재 그는 2001년 제주도문화재로 지정된 제주큰굿 전수교육조교로 있다. 제주큰굿은 '낮도 이레, 밤도 이레, 두이레 열나흘'동안 계속해야 끝이 나는 말그대로 큰굿이다. 한국에 전승되는 굿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형식과 내용이 풍부한 '제주 제1의 무형문화재'라고 하지만 국가무형문화재로 승격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2016년부터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 지정 신청에 나섰지만 문화재청이 보내온 답은 '보류'였다. 지난 8월 제주도에서 문화재청을 방문해 조속한 지정을 요청한 상태지만 지금껏 긍정적 신호는 없다.

서 심방은 "이중춘 보유자가 돌아가신 뒤 큰굿을 혼자 전승하려니 힘에 부친다"며 "덩치 큰 제주큰굿을 보존하려면 국가문화재 지정으로 전수생 모집이 더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문화재인 '영감놀이' 종목까지 관여하는 제주큰굿보존회원 20명 덕분에 그나마 버티고 있다.

굿판에 찾아드는 갖가지 사연을 접하며 슬픈 자들을 위무해온 때문일까. 그는 제주큰굿보존회원들에게 기회있을 때마다 "황금에 눈 멀지 말고 이 길을 갑시다"라고 말한다. 굿판에서 신에게 바치며 내는 돈인 '인정'을 기부하는 일도 그래서다. 2018년 1주일에 걸쳐 70주년 4·3 해원상생굿을 벌일 때도 4·3 유족들을 위해 '인정'을 내놓았고 쓰시마에서도 제주 4·3희생자들을 위해 공양탑을 세운 일본인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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