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태초의 자연 간직한 그 길에 이야기를 더하다

[휴플러스] 태초의 자연 간직한 그 길에 이야기를 더하다
내달 3~6일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행사 '바당밭, 빌레왓…'
  • 입력 : 2019. 09.27(금)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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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리 돌담. 한라일보DB

독특한 지질자원에 제주 밭담·역사·신화 등 접목한 도보길


▶지질, 사람, 문화=제주는 180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 이뤄진 화산활동의 흔적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제주의 이런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해 지난 2010년 섬 전체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제주에는 훌륭한 지질트레일 코스가 많다. 지질트레일은 제주의 독특한 지질자원과 인근 마을의 역사·문화·신화·생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접목시켜 만든 도보길로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 서귀포시 산방산·용머리 해안, 제주시 김녕·월정리 마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마을 등 4곳에 조성돼 있다.

이중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3번째로 개통된 코스다. 그리고 오는 10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김녕리와 월정리의 빼어난 경관에 더해 지질자원과 문화를 한 눈에 엿볼 수 있는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행사가 열려 탐방객들을 유혹한다.

당처물동굴. 사진=제주도세계지질공원트레일위원회 제공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행사는 제주도가 주최하며 제주도 세계지질공원트레일위원회(위원장 강만생)가 주관한다. 국립공원공단, 대한지질학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이 후원하고 구좌읍, 구좌읍 이장단협의회, 구좌읍 주민자치위원회, 김녕리와 월정리 등이 참여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행사 주제는 '바당밭, 빌레왓 일구는 동굴 위 사람들의 이야기 길'이다.

용암지형이 잘 발달된 이곳 마을은 농경지가 부족해 예부터 농사와 어업을 겸하는 '반농반어'(半農半漁)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바닷가 빌레(너럭바위의 제주어)를 깨서 밭담을 쌓거나 바다를 밭으로 여기는 '바다밭(바당밭)'을 포함해 도새기(돼지의 제주어)를 잡아 신에게 바치는 김녕리 '돗제', 월정리 '해신제' 등 독특한 마을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제주의 밭담이 잘 보존돼 있고, 해안선을 따라 돌을 쌓아 지은 고려시대 방어시설인 '환해장성'도 있다.



▶탐방객 유혹하는 각양각색 코스=김녕·월정 지질트레일 코스는 크게 4개로 나뉜다.

A코스는 김녕해수욕장 휴게소에서 출발해 세기알해변~도배불~조간대~청굴물~게웃샘물과 샘굴을 거쳐 다시 김녕해수욕장으로 돌아오는 1.8㎞ 구간으로 탐방하는 데 약 30분이 소요된다.

도대불. 사진=제주도세계지질공원트레일위원회 제공

A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세기알해변은 썰물 때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다. 도대불은 과거 배를 선창으로 안전하게 유도하는 역할을 하던 유적으로 1972년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면서부터 지금은 그 기능을 상실했지만 외형만큼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청굴물은 바닷가에 위치한 샘으로 썰물때 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게웃샘물은 죽어가는 사람도 이 물을 마시면 살아난다는 전설을 지닌 용천수다.

A코스가 짧게 느껴진다면 B코스를 추천한다. B코스는 다시 B-1와 B-2로 나뉘며 탐방하는 데 각각 2시간과 3시간씩 걸린다. B-1코스는 김녕해수욕장 휴게소에서 출발해 진빌레길~월정밭담길~산담이야기~용천동굴 호수·당처물동굴~투물러스~환해장성~두럭산~김녕성세기해변 등을 둘러보는 7.2㎞ 구간이다. B-2코스는 10.5㎞ 구간으로 B-1코스에 제주밭담 테마공원과 무주포와 한모살을 둘러보는 일정이 추가됐다.

세기알해변. 사진=제주도세계지질공원트레일위원회 제공

마지막 C코스는 월정리사무소에서 출발해 무주포와 한모살~해신당~제주밭담을 테마코스를 거치는 4.2㎞구간이다.

이들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진빌레길은 유동성이 크고 점성이 낮은 용암이 넓게 펼쳐지면서 긴 빌레를 이룬 지역으로, 진빌레길 좌우에는 빌레를 개간해 만든 밭이 자리잡고 있다.

월정밭담길은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밭담을, 산담이야기는 밭담길 사이사이로 보이는 무덤을 잘 간직하고 있는다. 제주에서는 이 무덤을 산담이라고 부른다.

용천동굴호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호수 내부에는 오래전 사용된 고급토기가 있고, 또 눈이 퇴화한 장님 물고기도 살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 한다.

당처물동굴은 밭농사를 위해 암석을 정리하다 발견된 동굴로 내부에는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석주와 석순, 종유석 등이 있다. 해신당은 멸치 풍어를 기원하는 해신제가 거행되는 곳이며, 무주포와 한모살은 월정포구와 월정해변의 옛 이름을 각각 뜻한다.

청굴물. 사진=제주도세계지질공원트레일위원회 제공

이밖에 과거 용암이 흐르다 거북이등껍질 모양으로 굳은 투물러스와 바다에 잠겨 있는 바위로 1년에 딱 한 번, 음력 3월 보름에만 볼 수 있다고 전해지는 두럭산도 탐방 코스에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도 탐방에 동참했다. 행사 기간 전용문 박사(지질), 류춘길 박사(지질), 강경희 연구원(역사·문화), 양경식 박사(곤충) 등의 주도로 자연자원의 가치와 제주의 지질, 생태, 역사·문화 등에 대해 직접 해설을 들으면서 탐방할 수 있는 전문가 탐방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각종 행사도 풍성=탐방에 줄거움으로 더할 각종 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개막일에는 식전행사로 김녕리 전통행사인 '돗제'가 열린다. 돗제는 돼지를 잡아 신에게 바치는 의례의 일종으로 마을사람 모두가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공동체 문화축제이다. 또 김녕리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전통 민속공연 '멸치후리기'도 준비돼 있다. 또 가수 주미성과 강수지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월정밭담길. 사진=제주도세계지질공원트레일위원회 제공

이어 4일에는 김녕마을의 풍문단 공연이, 5일에는 제주해녀 홍보가 가수 김은경씨와 제쏘 등이 무대에 오르며, 6일에는 구좌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의 난타공연과 더로그, 홍조밴드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또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사진 공모전을 비롯해 ▷트레일코스의 주요 지점에서 인증샷을 찍어 본부석에 제시하면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신의 지문을 찾아서' 인증샷 이벤트 ▷생분해 비닐봉투에 쓰레기를 수거해 오는 탐방객에게 기념품 제공하는 '쓰레기 없GEO(지오)' 이벤트 등도 준비돼 있다. 아울러 ▷달마도 그리기 ▷주차번호판 만들기 ▷사랑의 열쇠고리 만들기 ▷스스로 힐링하는 BHP브레인명상 ▷천연 벌레퇴치제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탐방객을 기다린다. 이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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