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태풍 여파로 명절특수 실종

가을장마·태풍 여파로 명절특수 실종
[르포] 추석 대목 앞두고 한산한 전통시장
상인 "작년 비교 손님·매출 절반 가량 줄어"
차례상 간소화·여행 등 명절 문화 변화 한몫
  • 입력 : 2019. 09.09(월) 18:18
  • 김현석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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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찾은 제주동문시장은 추석 대목을 맞았지만 가을장마와 태풍 그리고 명절문화의 변화로 손님의 발길이 끊기며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강희만기자

추석 대목을 맞았지만 가을장마에 이어 태풍까지 겹쳐 손님이 뚝 끊긴 전통시장은 울상을 짓고 있다.

 추석을 나흘 앞둔 9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을 둘러보니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많은 비를 동반한 가을장마와 제13호 태풍 '링링'이 지나간 뒤라 찾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던 상인들의 얼굴에는 실망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몇몇 상인은 지나가는 손님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시식품까지 들고 호객 행위에 나섰지만, 잠시 후 풀이 죽은 모습으로 이내 가게로 다시 들어갔다.

 수산물 코너를 운영하는 상인 이모(58)씨는 "날씨도 점점 좋아지고 태풍도 지나간 뒤라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명절 대목치곤 너무 없다"며 "작년이랑 비교하면 손님과 매출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추석 차례상을 간소화하거나 연휴 기간 여행을 가는 등 최근 변화하고 있는 명절 문화도 매출 감소 요인 중 하나다.

 이날 가족과 함께 시장을 찾은 오모(39)씨는 "최소한의 음식으로 차례를 지낸 뒤 가족들과 예약해둔 펜션에서 남은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며 "처음에는 반대하시던 부모님도 몇년 째 함께하다 보니 지금은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친척들도 연휴 기간 여행을 가는 가족들이 점점 늘고 있어 집에 찾아오는 인원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산한 제주동문시장. 강희만기자

 지난해에 비해 이른 추석과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우려되던 과일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했으나 판매량은 급감했다.

 농협 관계자는 "명절 대목 기간에는 사과·배 등 과일 가격이 보통 10~15% 정도 상승하지만, 올해는 5%를 살짝 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 탓도 있겠지만, 명절 차례상을 간소화하려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로 인해 판매량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동문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시장 판매 상황이 좋지 않지만, 민족 대명절 한가위가 다가오는 만큼 상인들을 독려해 남은 기간 동안 제수용품 판매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국 19개 지역의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은 22만5859원으로 지난해 대비 1.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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