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로 뒤덮여 숨 쉴 수 없는 나무들

시멘트로 뒤덮여 숨 쉴 수 없는 나무들
제주도, 화북동 공원에 유니버설 디자인 활성화 사업 진행
주민 "살아 있는 소나무 고사시킬 작정… 이해할 수 없다"
  • 입력 : 2019. 09.01(일) 17:02
  • 김현석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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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주시 화북 제2어린이공원에 타설된 평탄화 작업으로 인해 3그루의 소나무가 시멘트에 빽빽이 둘러싸인 모습. 김현석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시 화북 제2어린이공원에 유니버설 디자인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소나무가 있던 장소를 시멘트로 뒤덮는 포장공사를 실시해 인근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1일 찾은 화북 제2어린이공원에는 통행로 평탄화 작업을 위한 시멘트 타설이 완료돼 있었다. 통행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자 소나무 3그루가 아무런 보호시설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나무 밑 부분을 시멘트가 빽빽이 둘러싸고 있었다.

 지난 2016년 '제주특별자치도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가 제정되면서, 지난해 8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제주도에 유니버설 디자인 전담팀이 신설됐다.

 이에 제주도는 올해 12월 26일까지 총사업비 9억여원을 투입,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 일대와 화북 어린이공원 2곳 등 유니버설 디자인 활성화구역을 지정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사업 구역 중 하나인 화북 제2어린이공원에서는 지난달 1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식재·시설물·포장 공사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공사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존 소나무를 위한 보호시설도 없이 주변을 시멘트로 뒤덮는 평탄화 작업을 실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 김모(59)씨는 "살아 있는 소나무를 질식 시켜 고사시킬 작정을 했는지 보는 내가 맘이 아프다"며 "어떤 생각으로 보호시설도 없이 시멘트로 나무를 뒤덮는 공사를 할 수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시멘트 평탄화 작업을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 빈 공간없이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가 그치고 시멘트가 단단히 굳은 후 나무 주변을 잘라내면 소나무 생육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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