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의 목요담론] 교동도에서 전하는 제비 소식

[김완병의 목요담론] 교동도에서 전하는 제비 소식
  • 입력 : 2019. 08.29(목) 00:00
  • 김도영 수습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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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이어 이번 주에 다시 강화도로 들어왔다. 매년 국립중앙과학관 주관으로 국가생물다양성기관연합 소속 전문가들이 특정 지역에 대해 10년 주기로 한반도의 생물자원을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2009년 조사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동막 갯벌을 포함하여 마니산, 석모도, 교동도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다.

강화도는 제주도와 인연이 많은 곳이다. 섬이라는 특수 환경에다 국경지대에 있어서 조선시대에는 외세의 공격으로 편안할 날이 없던 곳이다. 고려 말에는 삼별초가 강화도에서 대몽항쟁을 펼치다가 진도를 거쳐 제주도까지 내려오는데, 당시 호국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외포리 망양돈대에는 자매결연으로 설치한 돌하르방과 진돗개 상징물이 꼿꼿이 서 있다.

또한 유배의 섬으로 조선 국왕을 비롯하여 여러 왕족들이 형벌을 치렀던 곳이다. 특히 광해군은 교동도를 거쳐 제주도에 재차 유배되어, 제주도에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임금이다.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역사적 해석이 분분하지만, 광해가 남긴 서민 정책과 평화외교에 대해서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때마침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의보감' 전시와 '광해, 제주에 유배 오다' 특별전이 좋은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이번 학술조사 기간 중에 특별히 교동도에서 오래 머물렀다. 강화도 최북단 섬으로 지난 2009년 조사에서는 배를 이용해서 섬으로 들어갔었는데, 2014년 교동대교 개통으로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교동도 대룡시장에 가면 제비빵처럼 옛날 음식들과 볼거리가 많다. 곳곳에 제비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왜 이렇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바로 제비의 습성을 상징화 한 것이다. 어르신 중심의 지역민과 고객인 젊은 세대 간에 원활한 소통과 빠르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교동제비집'을 운영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 온 실향민에게 간절한 소망이 바로 고향을 다시 찾아가는 것이고, 그도 아니면 고향 소식이라도 빠르게 받고 싶은 심정을 잘 헤아렸다. 사실 제비는 매년 우리나라를 찾는 여름철새로 정기적으로 같은 장소로 찾아와 보금자리를 튼다. 바로 그 곳이 고향인 셈이다. 둥지를 떠나 멀리 남쪽에서 겨울을 보냈다가 여름이면 어김없이 고향으로 찾아와 또 다시 자식을 낳으니, 제비들의 지지배배 소리가 부러울 따름이다.

과거에 그렇게 흔한 제비들이 희귀해져가고 있다. 식량증산과 같은 무한 경쟁에서 약한 존재가 힘센 천적에 의해 밀려나기 때문이다. 논 습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비를 보기 쉽지 않은 곳 중에 하나가 강화도이다. 그나마 제주도는 타 지역에 비해 곤충들이 살아가기에 청정지역이어서 제비들이 많은 편이지만, 어느 순간에 자연평화마저 무너질까 봐 두렵다.

요즘 제비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도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교동도의 제비들은 이미 둥지를 떠난 상태이다. 강화도를 비롯하여 북녘 땅에서 번식을 마친 제비들이 제주도에 잠시 머물면서 에너지를 충전한 다음에, 9월 중순에 멀리 월동지로 이동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타국 생활에 익숙한 사람일지라도 고향에서 늘 좋은 소식이 오길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가까운 일본에 계신 제주 사람들은 오죽할까. 고향이 다른 제비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모이거늘.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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