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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건의 문화광장]제주의 경관 관리계획에서 '서사적 풍경'은 사라졌는가
김도영 수습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19. 08.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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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위를 떨치던 한여름의 끝자락에, 십여 년 전 제주경관 관리계획 용역의 책임 연구원이셨던 원로 건축가와 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모처럼 지난 시간을 기억하며 최근의 제주 경관 관리에 대해 의미 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고시된 '제주경관 관리계획'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경관 관리 지침서로 평가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경관을 이해하고 관리 계획의 방향성을 수립하는데 원론적 개념의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계획의 중심에는 '서사적 풍경의 구축'이란 제주경관의 목표가 위치한다. 이 계획이 발표될 당시 행정부서에서는 경관 관리를 제어할 수 있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지만, '서사적 풍경'의 의미를 풀어보면 땅에 대한 존중의 태도와 그 위에 적층되어 있는 시간성을 드러내어 하나의 풍경으로 끌어올리려는 진중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운용하는 행정이나 제주 지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사적 풍경'을 이해하는 방식이 분분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건축을 전공하신 모 교수께서는 스토리텔링이라 오해하시는 분도 계셨다.

서사적 풍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연구진이 인용했던 존 버거(John Peter Berger, 1926-2017)의 '본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본다는 행위에는 단순히 빛이 망막을 통해 시신경으로 전달되는 물리적 시각과 더불어 사회적 의미를 파헤치는 시각의 재검토 과정이 동반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 간의 관계맺음이 이루어지고 주·객체의 일체화가 곧 '본다는 것의 의미'라는 것이다.

존 버거의 이론으로 서사적 풍경을 설명하는데 '알뜨르 비행장'의 예는 효과적이다. 수평의 경작지와 산방산이 어우러진 경관은 제주의 대표적인 수려한 풍경이지만, 이 장소에는 일본군 격납고의 유적에서 유추되는 태평양 전쟁과 '백조일손지 묘'의 아픈 역사 등이 쌓여있는 서사가 있다. 이 때 본다는 것은 아름다운 풍광을 망막으로 받아들이는 일차적 시각에 더하여 역사적 사건들을 해석하는 이차적 인지를 의미하며, 그 과정 중에 장소와 보는 행위자가 관계맺음을 통해 하나의 풍경으로 작동될 때 이를 '서사적 풍경'이라 하는 것이다.

제주의 경관 계획에 '서사적 풍경'이 등장한 지 십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의미를 명확히 공감하지 못하고 보존과 개발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있다. 서사적 풍경은 자연환경 외에 겹쳐진 인문환경까지 통합하여 경관의 범주에 놓는 것이며 자연을 동시대의 삶과 유리된 대상으로 놓자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제주의 경관 관리는 서사적 풍경이란 목표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있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온다. 2018년 말에 행해졌던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의 설계가 도전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의 보존에 보수적인 각종 심의의 절차를 남겨놓고 있지만, 서사적 풍경의 구축이라는 제주경관관리 계획의 행보에 가치 있는 실험대가 될 듯하다. <양 건 건축학 박사·가우건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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