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동수사 부실, 제주경찰 성찰의 기회로

[사설] 초동수사 부실, 제주경찰 성찰의 기회로
  • 입력 : 2019. 08.09(금)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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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제주에서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고유정 사건'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고씨와 관련된 루머가 양산되면서 엉뚱한 이들이 피해를 봤는가 하면 도 넘은 신상털기와 아예 근거 없는 헛소문이 나도는 등 그 파장이 적잖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경찰의 수사는 많은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고씨 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경찰청은 그제 '고유정 전 남편 살해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경찰청이 지난달 2일부터 고씨 사건을 담당한 동부경찰서에 진상조사팀을 투입, 항간에 제기됐던 초동수사 부실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입니다. 조사 결과 동부서는 초동수사 과정에서 최종 목격자·장소에 대한 현장 확인 및 주변 수색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 당시 '실종사건'이라는 이유로 고씨의 거짓 진술만 믿고 피해자가 살해당한 숙박시설과 주변 CCTV, 차량 블랙박스 등 범죄 혐의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국 이로 인해 고씨의 체포가 늦어진데다 범행의 가장 큰 증거인 피해자의 시신은 현재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유정 사건은 경찰의 수사체계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파문이 컸습니다. 그동안 경찰서 위주로 이뤄지던 강력사건 수사를 상급기관인 지방청이나 본청에서 직접 지휘하는 '종합대응팀'을 운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고씨 사건의 초동수사 미흡 논란으로 경찰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비롯된 것입니다. 물론 고씨 사건 수사팀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질책을 받게 된데 대해 분명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제주경찰은 고유정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수사기법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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