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손님 안받아요"…노 재팬 확산

"일본 손님 안받아요"…노 재팬 확산
유통업계·소상공인 日 제품 판매 금지 속속 동참
日손님 안받기도 "너무 화나 가만히 있을 수 없어"
日여행 문의 급감… 예정된 교류행사 무기한 연기
  • 입력 : 2019. 08.04(일) 17:15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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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횟집 앞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겨냥한 "Abe(아베) out! 우리집 오지마"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독자 제공

"일제 강점기 때 그렇게 몹쓸짓을 해놓고선 지금도 이런 식으로 경제 보복을 한다니 너무 화가 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일본 손님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반발한 노 재팬(NO JAPAN)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넘어 일본 고객을 받지 않는 곳까지 생겨났다.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55)씨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겨냥해 "Abe out! 우리집 오지마"라는 현수막을 가게 앞에 내걸었다. 이 횟집은 3주전부터 일본 손님에게 음식을 팔지 않고 있다.

 현수막에는 을지문덕 장군이 살수대첩 때 적의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이제 그만 돌아가라'는 취지의 시 구절과 '을지문덕이 아베에게 시를 띄우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씨의 부인은 "일본 손님을 안 받아도 되겠느냐며 주변에서 만류하기도 했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너무 화가 나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면서 "일본 손님 감소로 인한 매출 타격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노 재팬 운동 방식은 일본 제품 안 사기와 판매 금지이다. 하귀, 한림 등 도내 주요농협 하나로마트는 일본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 한 지난달 첫째주부터 일본산 과자와 주류, 조미료 등 일본 제품을 모두 매대에서 빼냈다.

 하귀농협 하나로마트 김동주 장장은 "일본이 지난달 4일 1차 경제보복을 하자마자 회의를 열어 일본 제품 발주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일본산을 대체할 국내산 제품의 소비 비중이 늘고 있어 전체 매출에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도내 10여곳 중소마트들도 지난달부터 일본 제품 판매 중단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약국 업계도 노 재팬 운동에 동참했다. 제주도약사회는 지난 2일 성명을 발표해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일본산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고 일본 여행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제주도공무원 노조와 성산포연승선장협의회가 기자회견 또는 현수막을 통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으며 서귀포시는 일본 자매도시인 기노가와시와의 교류사업인 중학생 홈스테이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또 일본 여행을 취소한 내국인을 대상으로 제주 여행 경비를 지원하거나 매장 방문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여행업계에도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줄어든 대신 제주 등 다른 근거리 여행지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G마켓과 옥션은 지난달 1일부터 그달 28일까지 4주간 일본 항공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감소한면 제주도 호텔 매출은 지난해보다 131% 성장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또 그달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1.7% 증가했다.

 도내 H여행사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일본 여행 문의가 급감하다 못해 한 건도 들어오고 있지 않다"면서 "일본 여행 스케줄 자체를 꾸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주도는 현재 일본발 제주 여행수요는 예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일본인들의 제주 방문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도 관계자는 "현재로선 제주도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가 예전(경제 보복 조치 이전)과 같지만 제주에서 일본으로 가는 수요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모객 상황을 보면 운항 여부가 결정되는) 전세기의 취항 횟수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럼 당연히 일본인들의 제주 방문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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