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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와 문학] (15) 김수열 시 '물에서 온 편지'
“파도 치면 내가 우는가 돌아보거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8.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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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산지항 방파제에서 열린 찾아가는 4·3 해원 상생굿. 김수열 시인은 '물에서 온 편지'로 4·3 당시 수장 희생자와 세월호 희생자를 위무했다.

2014년 4월 산지항 방파제
세월호 영혼들도 머문 날
찾아가는 해원굿판서 낭송


'물에서 온 편지'를 만난 건 5년 전이다. 제주민예총이 4·3문화예술축전 행사로 해마다 진행하는 '찾아가는 해원 상생굿'이 제주시 산지항 제2부두 방파제에서 열렸을 때다.

'죽어서 내가 사는 여긴 번지가 없고/ 살아서 네가 있는 거긴 지번을 몰라/ 물결 따라 바람결 따라 몇 자 적어 보낸다// 아들아,/ 올레 밖 삼도전거리 아름드리 폭낭은 잘 있느냐/ 통시 옆 멀구슬은 지금도 잘 여무느냐/ 눈물보다 콧물이 많은 말젯놈은/ 아직도 연날리기에 날 가는 줄 모르느냐/ 조반상 받아 몇 술 뜨다 말고/ 그놈들 손에 끌려 잠깐 갔다 온다는 게/ 아, 이 세월이구나/ 산도 강도 여섯 구비 훌쩍 넘었구나'.

김수열(1959~) 시인은 4·3 희생자인 '젊은 아비'가 아들에게 편지를 띄우는 형식으로 써나간 시를 읊었다. 60년 넘는 세월 동안 불러보지 못했던 아들은 어느덧 '나보다 더 훨씬 굽어버린' 나이가 되었다. 재일 김시종 시인의 장편시 '니이가타'가 직접 목격한 수장 희생자들의 실상을 담아냈다면 김수열의 '물에선 온 편지'는 그 희생자가 시적 화자가 되어 뒤늦은 이별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 시를 표제로 올린 시집(2017) 등 시인은 제주섬의 학살을 줄곧 문학에 녹여왔다. 빼어난 4·3 시로 꼽히는 '물에서 온 편지'는 단기간 '4·3 학습'으로 얻어진 게 아니다. 4·3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사유하며 창작해온 시인의 진정성으로 빚어졌다.

이날 해원 상생굿은 처음으로 4·3 당시 수장된 영혼들을 위무하려 마련됐다. 수장에 의한 희생은 1948년 11월부터 6·25 발발 직후 예비검속 시기까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돌을 달아맨 후 물 속에 빠뜨리거나 총을 쏘아 바다에 던졌다. 하지만 어디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숨져갔는지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바닷물에 쓸려 시신조차 찾을 길 없는 '젊은 아비'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물에서 온 편지' 속 아비는 '바람 불면 내가 부르는가, 파도 치면 내가 우는가' 돌아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굿판을 차린 날은 2014년 4월 19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사흘 뒤였다. 구천을 떠도는 4월의 영가를 달래는 마당에 세월호의 영혼도 머물렀다. 여객선 실종자 수색이 한창이던 시기라 해원굿을 집전한 서순실 심방은 "학교에 책가방 들렁가게 해줍서"라며 어린 생명들이 무사히 살아돌아오길 빌었다. '물에서 온 편지'는 4·3이라는 자장 안에서만 읽히지 않는다. 세월호 등 허망하게 목숨을 잃어 바다에 잠든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시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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