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조혈모세포이식을 아시나요?

[한치화의 건강&생활]조혈모세포이식을 아시나요?
  • 입력 : 2019. 07.24(수) 00:00
  • 김도영 수습기자 doyou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조혈(造血)이란 핏속에 있는 3가지 중요한 세포들, 산소를 나르는 적혈구, 세균과 싸우는 백혈구, 피를 멎게 하는 혈소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말한다.

조혈은 뼛속의 작은 벌집 모양 공간인 골수(骨髓)에서 일어난다. 이 세 가지 혈액세포들은 모두 하나의 씨앗세포로부터 만들어진다.

골수에서 만들어진 혈액세포들은 혈관으로 들어가 피를 타고 온몸을 순환한다. 바로 이 씨앗세포가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이다.

사람마다 일정한 수의 조혈모세포들을 가지고 태어나며, 평생 그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다.

골반의 골수를 주사기로 뽑으면 조혈모세포들이 혈액과 함께 수집된다. 골수혈액을 타인의 정맥에 수혈하면 조혈모세포들이 골수로 가서 새로운 조혈을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을 골수이식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백혈구성장촉진 주사제를 수일간 주사했거나 고용량의 특정 항암제를 주사한 다음 회복기에 골수에 있던 조혈모세포들이 잠깐 혈관 속으로 이동하여 순환한다. 바로 이때 헌혈에 사용하는 특수한 기계를 사용해서 조혈모세포 기증자의 정맥으로부터 이식에 충분한 수의 조혈모세포들을 수집한다.

이처럼 골수뿐만 아니라 혈액으로부터도 조혈모세포들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골수이식 대신에 '조혈모세포이식'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공여자의 콩팥 하나를 떼어내는 콩팥이식과는 달리 조혈모세포이식은 공여자로부터 조혈모세포들을 많이 빼어내더라도 우물에 물이 다시 고이는 것처럼 조혈모세포들이 다시 만들어져 보충된다. 창조주가 마음 놓고 나눠 사용하라고 준 선물이 아닐까 한다.

조혈모세포의 절대 수가 부족해졌거나 또는 조혈모세포가 몇 차례의 돌연변이를 거쳐서 백혈병 암세포로 변하면 조혈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 결과 적혈구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빈혈이 와서 사람이 창백해지고, 백혈구가 부족해져서 세균감염에 의한 고열이 발생하며, 혈소판이 부족해져서 저절로 멍이 들고 월경과다나 지혈이 잘 안 되는 증상들이 동시에 나타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심한 중증(重症) 재생불량성빈혈 그리고 여러가지 나쁜 조건들을 갖고 있는 고위험 골수형성이상증후군과 같은 난치성 조혈모세포질환들을 완치시키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골수이식이 시작된 해는 1983년 봄이다. 이때부터 조혈모세포이식에 참여했고 작년 초까지 이식을 했으니 그 기간이 언 35년이나 된다.

30년 전에 이식을 했던 동갑내기가 가족들을 데리고 가끔 제주에 내려와 함께 회포를 푼다. 의사와 환자의 인연이 둘 사이를 평생 친구로 만들어 주었다. 조혈모세포이식이 나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보다.

앞으로 제주에서도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조혈모세포이식이 활발하게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치화 제주중앙병원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54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