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계 이 사람] (29)동시 책방 운영 김정희 작가

[제주문화계 이 사람] (29)동시 책방 운영 김정희 작가
"동시 읽는 기쁨 더 많은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
  • 입력 : 2019. 07.23(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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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남매 복닥대던 집에 작은 책방 '오줌폭탄'을 차린 김정희 작가는 "어른이 되어도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진선희기자

문학적 감수성 키운 함덕에
2년전 '오줌폭탄' 서점 열어

아동문학가 북콘서트 진행
'동시로 올레' 벽화 그리기
해녀 그림동화 출간도 준비

"혼자 집을 보던 아이, 갑자기 비가 오기라도 하면 밭에서 일하시는 부모님 걱정을 하던 아이가 있었다. 없는 것이 더 많았던 때였지만 지금은 사라진 것들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것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었다."

지난해 10월 그는 제주어 동시 그림책을 내면서 이런 글을 적었다. 지난 18일 그를 보러 갔을 때도 어릴 적 그날처럼 비가 내렸다. 초등학교에서 문학수업을 끝내고 돌아온 그는 서둘러 서점 문을 열었다. 이름해서 '오줌폭탄'. 전국에 하나 뿐이라는 동시 전문 책방으로 얼마 전 복간된 그의 첫 작품집 제목에서 따왔다.

함덕마을과 바다에서 문학적 감수성을 키웠다는 김정희 작가. 어른과 아이를 위한 시 창작만이 아니라 시낭송가, 동화구연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즈음 내놓는 책마다 주목을 끌고 있다. 2017년 묶은 제주어 동시집 '할망네 우영팟듸 자파리'는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도서였고 이듬해 발간한 제주어 동시 그림책 '청청 거러지라 둠비둠비 거러지라'는 지역도서전 천인독자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어른이 되어도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살려고 한다"는 그는 2년 전 광복절인 8월 15일에 6남매가 복닥대던 집에 작은 책방을 차렸다. 동시를 읽는 기쁨을 더 많은 아이, 어른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와 형제들은 가정을 이루며 다들 흩어졌지만 구순이 넘는 노부모는 지금도 안거리에 살고 있다. 얼마간 비어있던 밖거리(밧거리)에 막내딸이 서점을 꾸리자 부모들도 내심 반기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마당에 피어나던 채송화며 홀로 있을 때 집안 구석구석 관찰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것이 세 권의 창작집으로 이어졌고 여기까지 온 기운이 되었습니다."

서점 안엔 어린 손님을 맞을 알록달록 키작은 의자가 자리잡고 있다. 거실과 방으로 쓰던 곳엔 아이들 책이 놓였다. 최근에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작은 책방 지원 프로젝트로 제주 등 전국 10명의 아동문학가와 만나는 북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동시를 읽고 동시 노래를 부르는 이 행사가 끝날 때마다 '오줌폭탄' 이 들어선 골목길에는 그림 벽화가 하나씩 늘어난다. 동시에서 얻은 감흥을 벽화로 남기는 작업으로 김정희 작가는 여기에 '동시로 올레'란 명칭을 붙였다. 우리 집 벽에도 그림을 그려달라고 할 만큼 주변 반응이 좋다.

"오늘은 뭐 햄시니?"라며 안부를 묻는 동네 사람들이 있는 함덕은 다시 그를 창작의 바다로 이끌고 있다. 9월에 그는 직접 그림을 그린 그림동화 '애기 해녀학교'를 펴낼 예정이다. 10~11월 쯤에는 동시집 '고사리손 동시학교'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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