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의 월요논단] '쓰레기 섬'의 오명과 제2공항 문제

[김동윤의 월요논단] '쓰레기 섬'의 오명과 제2공항 문제
  • 입력 : 2019. 07.01(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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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도청과 경기도청 간에 쓰레기 문제로 공방이 오간 적이 있다. 필리핀에 수출되었다가 되돌아온 쓰레기가 경기도 평택항에 쌓였는데 거기에 제주도의 압축폐기물 3000t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경기도청의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이는 제주도의 쓰레기 처리 문제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쓰레기 섬'이라는 치욕의 별명까지 얻었다.

제주도에 너무 많은 사람이 살아서 그렇게 처치 곤란할 정도의 쓰레기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관광객 수의 급증이 더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년에 16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관광객들이 드나들면서 쓰레기만이 아니라 생활하수, 교통, 범죄 등의 문제들을 야기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 제주도의 현실이다.

요즘의 최대 이슈인 제2공항 문제도 관광객 급증과 관련이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제주도를 찾아오다보니 제주국제공항이 비좁고 혼잡한 공항으로 인식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하더니, 아예 공항을 하나 더 만들자는 계획으로 바뀌었다. 2015년 11월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 성산이 신공항예정지로 발표되었고, 마침내 지난 25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성산의 제2공항을 2035년에 개통하겠다고 보고되었다.

이런 국면에서 우리가 먼저 생각해 볼 문제는 과연 더 많은 관광객 유치가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관광객이 제주경제에 도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로 인해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음도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감내하면서 "혼저 옵서"를 외쳐야 하는가.

1600만 관광객은 하와이나 오키나와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더 많은 관광객 유치보다는 수준 높은 관광을 추구할 때다. 제주도의 인구도 크게 불어날 것 같지 않다. 2040년에 79만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47년부터는 하향 추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지난 27일 통계청이 발표했잖은가. 인구도 별로 늘지 않고, 관광객도 지금 정도만 온다면 제2공항 문제의 정답은 뻔하다.

게다가 최근에 정부가 제주공항을 양호한 공항으로 평가했음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제2공항을 추진하는 정부부처)가 6월 28일 발표한 '2018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결과'에 따르면 작년 제주공항은 '수속절차'에서 A등급, '수하물처리 정확성'에서 A등급, '공항이용 편리성'에서 B등급, '이용자 만족도'에서 '다소 만족'으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특히 2016~2017년 D등급을 받았던 '공항이용 편리성'인 경우 지난해 B등급으로 적잖이 개선되었음에 눈이 번쩍 뜨인다. 공항혼잡과 편의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국토부가 분석했다는데, 이는 공항청사를 증축하면서 편의시설을 확충하면 개선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주민인구 증가도 소폭이고, 관광객도 그만하면 되었고, 공항이용의 불편함도 개선 가능한데 또 공항을 만든다고? 국비 5조 원을 퍼부으면서? 마을공동체를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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