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학교] (2) 제주북초 '책 소풍 & 도서관 프로젝트'

[책읽는 학교] (2) 제주북초 '책 소풍 & 도서관 프로젝트'
"수업시간, 우리는 도서관으로 '책 소풍' 떠나요"
  • 입력 : 2019. 06.28(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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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독서교육활성화 프로젝트-책 읽는 학교' 기획을 통해 기자가 던지는 화두는 '왜 책인가'다. 본보는 '함께 읽는 제주, 다시 책이다'를 슬로건으로 총 10회에 걸쳐 도내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독서교육프로그램 사례와 책과 함께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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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수업… '책 읽어주는 선생님' 된 6학년 아이들

지난 5월 23일 오전 11시. 제주북초등학교 마을 개방형 학교 도서관인 '김영수도서관' 앞 잔디밭에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교실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저마다 책 읽기에 여념이 없다. 야외수업인 듯 한데 교사는 보이지 않는다. '1일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 된 6학년 선배들이 1학년 후배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특별한 수업이기 때문이다.

선·후배간 책 만남을 가진 '책 소풍' 프로그램 운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특별한 수업이 이뤄진 배경에는 제주북초의 특색있는 선·후배 관계 맺기 프로그램이 있었다.

책 읽어주다 '읽는 즐거움' 깨달아
다시 도서관으로… 긍정적인 변화
학교 넘어 가정과 연계 운영 '눈길'


제주북초는 지난해부터 선·후배간 관계를 돈독히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입학식때 선배가 후배를 잘 이끌어주겠다는 의미로 학교 최고 학년인 6학년이 신입생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밟고 퇴장한다. 그리고 학교 곳곳을 같이 돌아보며 교실 등을 안내하고 복도예절, 도서관 사용방법 등도 알려준다.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에도 '어서와, 1학년은 처음이지?'라는 명칭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선·후배간 우정을 이어주는 행사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던 와중에 기회가 생겼다.

지난 5월 23일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진행된 '책소풍' 모습. 이날 6학년 선배들은 짝꿍이 된 1학년 후배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제주북초 제공

강혜진 교사(6학년)는 "마침 교육과정이 맞았다. 6학년은 도덕 '봉사하는 삶', 1학년은 5월 한달을 책을 주제로 수업을 했는데, 1학년 선생님이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며 "아이들의 책 읽는 즐거움을 고려해 소풍온 듯 도서관 밖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6학년이 1학년 1~2명과 짝꿍이 되어 책을 읽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하루 진행된 행사였지만 6학년 아이들은 일주일 전부터 국어시간을 활용해 책 선정부터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읽어줄 지 고민하며 연습했다.

선배들의 노력에 보답하듯 후배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 교사는 "행사가 끝나고 1학년 아이들이 따라와서 언제 다시 하느냐, 또 읽어달라 조르더라. 선배들이 참 뿌듯했을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곽유빈 어린이(6학년)는 "후배들이 어떤 책을 좋아할지 생각하며 책을 골랐는데, 좋아해줘서 저도 기분이 좋았다"며 "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고 싶다"고 '책 소풍'에 만족감을 표했다.



# 아이-교사-부모가 함께하는 책 읽기 프로젝트

언어에 한창 관심이 많을 6~7살. 어떻게 접근하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주고 생각하는 힘도 길러줄 수 있을까. 여러 고민 끝에 이문자 제주북초 병설유치원 교사가 내놓은 해답은 '책'이었다.

이 교사는 "작년에 한번 매일매일 동화책을 읽어줘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함께 봤던 그림책을 꺼내 보고, 글을 아는 친구들은 서로 읽어주기도 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책을 읽어줬을 뿐인데 스스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변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침 지난 5월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새단장된 '김영수도서관'이 재개관하면서 이 교사는 올해 특별한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그렇게 제주북초 병설유치원에서는 6월 한달동안 '김영수도서관 프로젝트'가 운영됐다.

단순히 유치원, 도서관이라는 학교 공간을 벗어나 가정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되면서 학부모들에게도 '미션'이 주어졌다. 주말동안 책을 빌려 함께 읽거나 혹은 읽어주거나 그리고 책에 관한 어린시절 이야기 들려주기 등이었다.

지난 25일 제주북초 병설유치원 독서 계단에서 열린 도서관 프로젝트 공개 수업 모습. 강희만기자

주말동안 가족과 함께 만들어온 책은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교실 안과 복도에 전시됐으며, 매주 월요일에는 '주말 지낸 이야기'로 책을 만들어온 친구들의 책 소개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25일에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공개수업 및 전시회가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속에 열렸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책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그동안 관계를 잘 맺어줬다"며 도서관 프로젝트에 호응을 보냈다. 과정이 힘들었어도 자신의 힘으로 완성한 책을 보며 뿌듯해하던 아이의 모습도 전하면서 "도서관에서 놀고, 사서교사와 함께 책을 읽었던 일들을 모두 자기가 만드는 책 속에 담고 싶어 하더라. 도서관 프로젝트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 교사들의 숨은 의도… "모르는 사이 책 읽는 즐거움 알았으면"

독서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변화했다. 조용하고 차분했던 아이는 후배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적극적으로 보다 자신의 주장을 내보였다. 평소 체육활동을 좋아하던 아이는 쉬는 시간에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이런 친구들의 변화를 놀라워했다.

강혜진 교사는 "숨은 의도는 있었다. 6학년이 되면 책과 조금씩 멀어질 시기인데 자연스럽게 도서관도 가보게 되고, 후배들에게 읽어줄 책을 고르면서 책 읽는 관점을 새롭게 해보기도 하는 등 책을 읽어주면서 은연 중 책은 이렇게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걸 경험하길 바랐다"고 했다.

이문자 유치원 교사는 "도서관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단 모둠별 주제를 주고 소통이 되든 안되든 무조건 의논을 해보게 한다. 처음에는 어려워했는데, 점점 생각을 모아서 만들어내더라. 그 과정에서 어휘력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교사들은 한번에 큰 변화를 원하는 게 아니다. 조금씩, 천천히, 차근차근 하다보면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은 훌쩍 성장해 있기 마련이다. 학교가, 교사가 독서교육에 열정을 쏟는 이유기도 하다. 오은지기자



왜 책인가?
박희순 제주북초등학교 교장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책 읽는 습관'


마음이 급할수록 결국은 책이다. 책을 읽어야 뇌가 활성화된다.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 뇌는 성장을 잠시 멈춘다. 마음의 근육, 생각의 근육은 독서와 여행을 통해 길러진다고 한다.

책은 어휘력의 보고이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은 어휘를 익히고 행간을 읽고 여백을 추론한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원천이다. 또한 부모의 책 읽어주는 목소리는 안정된 심리 정서 환경을 조성해 준다. 책은 표현력과 상상력의 보고이다.

책 읽는 습관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보장한다.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건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균형적인 삶은 독서를 통한 균형잡힌 사고에서 비롯된다. 철학이 그 사람이 살아가는 원칙을 정하게 해 준다면 좋은 책은 멋지게 살아갈 길을 찾게 해 주는 나침반이다. 성장의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괴테는 자신의 예술적 창조성의 원천은 어머니 무릎에 누워서 들었던 전래동화라고 하였다. 빌게이츠는 자신을 성장시킨 건 동네 도서관이었다고 하였다.

결국 책이 아이들의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주고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준다면 가족이 함께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마을의 중심에 도서관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

퇴근 후 아이 손잡고 도서관 가는 부모의 손에 아이의 미래가 있다. 오은지 기자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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