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의 현장시선] 100세 시대, 이혼과 연금사이

[김성배의 현장시선] 100세 시대, 이혼과 연금사이
  • 입력 : 2019. 06.28(금)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인물이 훤하네요. 난 폭삭 늙었지만 당신은 안 늙었어요."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귀에 꽃을 꽂아주며 정겹게 건넨 말이다. 이 영화는 76년 동안 해로한 부부의 이야기다. 이 노부부의 풋풋한 사랑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 제주사회의 세태는 어떠할까. 지난 3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결혼 4년 이내의 신혼이혼은 줄어드는데 비해 결혼 기간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즉 황혼이혼은 꾸준히 늘고 있다. 더욱이, 황혼이혼이 전체이혼(1607건)의 27.1%를 차지하고 있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접어든 지금, 황혼이혼 이슈는 연금 분할과 불가피하게 연관돼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서는 가입자가 이혼하는 경우 특별한 제도를 두고 있다. 바로 분할연금이다. 이는 이혼한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의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 동안 기여부분에 대해 노령연금을 나누어 갖는 제도이다. 특히 이 제도는 이혼한 상대 배우자의 연금수급권을 기초로 발생하는 급여이므로 파생적 수급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재혼으로 분할연금이 정지되지 않으며 또한 분할연금 수급자의 사망으로 분할연금의무자의 노령연금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립적 수급권의 특성이 보다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분할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법률상 이혼하고, 가입기간중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분할연금신청자 본인은 물론 전배우자도 노령연금 수급연령에 도달해야 한다. 받게 되는 연금의 분할비율은 2016년까지는 일률적으로 50대 50이었지만 2017년부터는 당사자간 협의나 재판을 통해 분할비율을 결정할 수가 있도록 바뀌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에게 황혼이혼은 100세 시대의 최고 리스크다. 최근 황혼이혼이 증가로 분할연금을 둘러싼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이혼으로 부부 모두가 경제적 어려움이나 상대적 빈곤에 시달릴 수 있고 심리적 스트레스나 자녀와의 갈등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런저런 우려의 목소리가 있음에도 황혼이혼은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화성인 남자'와 '금성인 여자'의 백년해로가 정말 쉽지않은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소중함과 부부의 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해야할 시점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노부부를 보며 "사랑이란 거대한 것이 아니라 습관처럼 쌓이는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생퍼즐은 마지막에 완성된다고 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부부의 열정이 다 녹아버린 듯한 그 시점에 완성은 시작되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는 부부가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습관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노년부부의 삶일 것이다. 따라서, 황혼이혼으로 연금을 분할하여 홀로 생활하는 각자의 삶보다 부부가 함께 돈독한 정을 쌓으면서 온전한 연금으로 노후생활을 향유하는 것이 100세 시대에 지혜로운 노년부부의 삶이라고 믿으며, 노년을 함께 살아가는 부부가 더욱 많아지는 제주사회를 꿈꿔본다. <김성배 국민연금공단 제주지사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59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