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목숨 바친 참전용사, 이렇게 대해도 되나

[사설] 목숨 바친 참전용사, 이렇게 대해도 되나
  • 입력 : 2019. 06.26(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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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을 맞을 때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특히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미국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매우 각별하기 때문입니다. 전쟁에서 싸우다 포로가 됐거나 실종된 미군을 끝까지 찾아내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사명으로 여깁니다. 꿈같은 얘기로 들릴 겁니다.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니 말입니다. 제주도내 참전용사들의 전사지(戰死地)조차 국방부의 비협조로 제대로 확인이 안되고 있습니다.

제주도보훈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도내 16개 충혼묘지에 안치된 6·25전쟁 참전용사 3200기 중 558기(제주시 406기·서귀포시 152기)는 전사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망 장소가 확인되지 않은 참전용사의 묘비는 'OO지구'로 표기된 겁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보훈청은 지난 1월 국방부에 OO지구로 표기된 558기에 대한 정보 확인 요청 공문을 보내고 본격 묘비 정비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6·25전쟁 69주년을 맞은 현재까지도 국방부의 답변은 받지 못했습니다. 참전용사가 어디에서 전사했는지 쉽게 알 수 있지만 국방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문제입니다. 실제 지난 3월 제주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유해발굴 사업설명회에서 한 유족은 아버지가 어디서 숨졌는지 알아냈습니다. 'OO지구'에서 전사했다는 '전사 확인증'을 국방부 관계자에게 보여주자 곧바로 전사 장소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때문에 제주도보훈청은 급한대로 도내 참전용사 유족을 상대로 전사지 확인 작업을 자체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망 장소가 확인된 비석은 40여기에 그칠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주도보훈청이 추진하는 참전용사 묘비 정비사업이 국방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에 대해 미국처럼 '극진한 예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유족들이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구체적인 장소를 알려달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입니까. 참전용사를 대하는 우리 정부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니 6·25 전사자의 유해 수습을 바라는 유족들의 간절한 소원도 얼마나 해결될지 의문입니다. 도내 6·25 전사자 2000명 중 1300명은 아직도 유해가 수습되지 않아 더욱 그렇습니다. 앞장서 받들어야 할 참전용사에 대해 미온적으로 일관하는 국방부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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