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의 문화광장]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vs 창의노동자

[이한영의 문화광장]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vs 창의노동자
  • 입력 : 2019. 06.25(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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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나흘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성황리에 치러졌다. 전국 251개의 문예회관과 190여개의 공연예술단체가 참가한 이번 행사는 창작공연 홍보를 위한 전시부스 및 쇼케이스 그리고 문예회관 전문성 강화를 위한 분야별 세미나가 열렸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아트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였고, 대한민국 공연문화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에 문예회관, 문화예술기관, 공연예술단체는 물론이고 공연에 관심 있는 학생, 일반인 등 전국에서 온 1만여 명의 참가자들로 인해 표선면 일대는 숙소 품귀현상이 벌어졌을 정도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끼친 영향도 컸다.

필자는 제주해녀문화를 알리기 위해 2012년 해녀물질공연을 기획했고 이후 전국 대형아쿠아리움 7곳에서 다양한 수중공연을 제작해 왔다. 그리고 작년에는 영역을 넓혀 '마술탐정 문법사'라는 홀로그램 가족 뮤지컬을 제작해 홍보를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다.

'마술탐정 문법사'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어 작년에 서울 콘텐츠문화광장에서 런칭후, 올해는 익산 예술의 전당과 대구 서구문화회관에서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했다. 이 자리를 빌려 소중한 기회를 주신 문예회관 담당자분들과 제작진, 스텝 그리고 배우들께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하지만 모든 창작공연이 필자의 경우처럼 순조롭지는 않다. 2018년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공연시장 규모는 8000억원대이며 이는 전년 대비 8%대의 성장세이다. 하지만 공연매출은 증가한 반면 오히려 공연실적은 감소했다. 공연계에도 스타 캐스팅과 외국거대자본의 라이센스 공연 등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은 개인의 창의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 많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꿈을 만드는 공장의 이면에는 반드시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창의적인 업무로 즐겁게 일할 것이라 여겨지는 대다수 공연 생산자들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불안정한 신분과 수입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보장 없는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공연 산업의 화려한 겉모습을 한 꺼풀 벗겨 내고 나면 그곳에도 어김없이 노동이 있고 그런 현실을 묵묵히 감내하며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 노동자 개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이러한 노동의 형태를 '창의노동(Creative Labour)'이라 하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들 창의노동자의 고용 시장 내 고용 형태와 불평등한 구조를 연구하고 그들의 복지와 후생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연습실에서 혹은 지하 작업실에서 빛나는 미래를 꿈꾸며 묵묵히 일하고 있을 창의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들이야말로 라이센스 공연이 난무하는 한국공연계에 자주권을 지키는 어벤져스 히어로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주아트페스티벌에서 많은 창작공연들이 문예회관과 매칭이 되어 결실이 맺어지길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든 창의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우리들의 리그'가 되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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