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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걷는다는 것, 그건 과연 나의 의지일까
고쿠분 고이치로의 '중동태의 세계'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9. 06.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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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수동 이분법 넘어선
의지와 책임의 고고학


"역대 가장 잔인한 범인"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고유정 사건과 관련해 심리 문제를 언급한 기사의 댓글을 보면 유독 '정신질환'이라는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국민이 많다. '사이코패스'의 범행을 '심신미약'으로 몰고 가 감형을 받으려는 '음모'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8세 여아를 끔찍한 수법으로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만들어놓고도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감형받은 조두순 사건을 이미 경험했다.

조두순 사건처럼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받는 사례를 가끔 볼 수 있다.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의 책임능력이 수반돼야 하지만, '음주' 등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의지로 행위를 제어할 능력이 떨어졌다면 모든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취지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음주 행위 자체도 스스로 선택한 능동적 행위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어떤가? 정신질환은 행동을 제어할 정신 능력에 이상이 생긴 것이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처음부터 자신의 행위에 책임질 수 없었기 때문에 처벌보다는 치료에 무게를 둔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중동태의 세계'는 이 지점에서 행위 주체와 책임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적절할지 묻는다. 그리고 '중동태'라는 개념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 이전에는 사람의 행위나 사건을 능동-수동 이분법에 가두지 않았다. 의사소통의 목표가 행위자, 즉 책임자를 찾아내는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대의 언어 체제에서 중요했던 게 바로 중동태였다. 중동태는 능동태와 수동태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이 중동태가 가질 수 있는 의미의 하나에 불과했다. 인도-유럽어에 본래 존재했던 대립 관계는 능동태와 수동태가 아니라 능동태와 중동태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자는 중동태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걷는 행위도 그 중의 하나다. 우리는 걸을 때 나의 의지로 걷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0개 이상의 뼈, 100개 이상의 관절, 약 400개의 골격근이 있는 복잡한 인체의 메커니즘을 의지만으로 가동시킬 수 없다. 따라서 '내가 걷는다'는 '걷기가 내게서 성사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그럴 듯하다. 동아시아. 2만3000원. 표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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