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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 기생충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입력 : 2019. 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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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란 자신의 삶을 위하여 다른 생물에 붙어 더부살이하는 벌레를 일컫는 말이다. 인간이든 생물체든 주고받는 일정한 질서가 있는 법인데, 자기만 살기위해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경우에는 건전한 생존 관계는 무너지고 만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최고 영화제의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 쾌거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유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기생충'은 그동안 봉 감독이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장점이 총망라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풍성한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디테일, 다양한 상징과 은유, 숨 막히게 전개되는 사건과 긴박감, 매력적인 배우들의 연기 등은 그의 영화가 정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기생충'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사회의 권력관계와 그에 따른 삶의 양태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기생충'으로 표상되는 4인 가족을 통해 부익부 빈익빈, 실업 문제, 갑을관계는 극명하게 그려진다.

가족 전부가 백수인 기택의 장남 기우가 친구의 도움으로 박사장 집의 딸 다혜의 영어 과외를 맡게 되면서 사건은 전개된다. 첫 장면에서부터 반 지하 집에 사는 기우가 다른 집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휴대전화를 높이 들고 다니는 모습은 이 영화의 주제를 단번에 드러낸다.

영화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양 극단적인 인간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자의 삶은 여유롭고 풍요로우며 계획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가난한 자의 삶은 '무계획'하고 '냄새'나고 미래가 없는 것이다. 영화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는 상하의 수직적 관계로 나누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에서 특별히 주목을 끄는 것은 기택네 가족의 반지하 집과 언덕 위 박사장 저택의 시각적 공간적 대비이다. 이 상반된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경제적 계급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박사장네 저택의 넓은 통 유리창 밖으로는 푸른 잔디가 깔린 정원이 보이는 반면, 기택네 반지하 집에서는 지상 쪽으로 뚫린 작은 창 너머로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고, 노상 방뇨를 하는 사람들이 다닌다. '기생충'에서 좁고 어두운 지하 공간은 힘없고 빈약한 인간의 극한적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하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생충'이 보여주는 여러 미덕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은 왠지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은 이 영화가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탁월한 영화라고 평가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잔인한 폭력 장면은 이 영화가 예술성을 상실하고 지나치게 대중적 흥미에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을 낳게 한다.

물론 자본주의사회는 다소간에 폭력과 착취의 구조 속에서 영위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만 살기 위해서, 이런 폭력과 보복의 확대재생산이 반복된다면 인간의 미래에 희망이 있을까.

우리가 염원하는 사회는 '기생충' 없는 건전한 인간 공동체이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평화와 사랑의 마음이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마지막 메시지도 이런 내용이었다면, 영화는 더욱 감동적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문학평론가·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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