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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의 백록담] 문화적 다양성 인정받은 해녀 유산, 획일성으로 답하나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6.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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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한 '사투리(방언)'다. 1989년 나온 표준어 규정은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었다. 지금의 표준국어대사전은 표준어를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라고 달리 풀어놓았지만 일찍이 표준어에 대응한 방언은 열등한 취급을 받았다.

2007년 제주에서는 가쁜 숨을 쉬고 있는 제주어를 살려보자며 전국에서 처음 제주어 보전·육성 조례를 만들었다. '왜 제주어인가'를 물었을 때, 흔히 '아래아' 등 중세 고어가 살아있다며 그 가치를 높이 매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문화 다양성이다. 섬 지역인 제주는 뭍과 다른 언어 유산을 지녔고 거기에 우리네 삶의 방식이 있다. 2001년 파리에서 열린 제3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발표된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이 밝혔듯, "모든 이는 자신이 선택한 언어로, 특히 모어로 자기 작품을 창조하고 배포할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문화 다양성을 전적으로 존중하도록 질 좋은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제주어 어휘 하나하나에 제주사람들의 개성이 담겨있고 그것들이 일상에서 쓰이고 있을 때 한국어는 더 풍부해진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방언도 다르지 않다.

제주어 이야기를 꺼낸 건 제주도의 '제주해녀상 표준모델 개발' 소식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주 보도자료에서 각양각색인 제주해녀상의 통일된 디자인을 위해 표준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해녀상을 부산 영도구와 독일 로렐라이시에 설치하겠다고 했다. 수의계약 조건에 따라 특정 작가를 뽑아 해녀상을 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해녀의 고유성을 보존하겠다며 물소중이 입은 청춘 해녀의 표준모델을 애써 제시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제주조각가협회 임원들은 지난 14일 표준모델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그 발상이 대단히 위험하고 우려스럽다"며 "작가의 창작범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민간은 권고사항이라고 해도 행정이 시행하면 이미 '표준'과 '비표준'으로 구분된다.

제주해녀문화가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배경엔 해당 유산의 우수성이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이 있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준 게 아니라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의식, 선배 해녀에서 후배 해녀로 이어지는 잠수기술의 전승,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지향하며 살아온 방식 등을 인정한 거였다. 문화재청 역시 이듬해 해녀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면서 단순히 물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적 성격이 그대로 깃들어있는 독특한 어업문화라고 그 의미를 밝혔다.

해녀상을 김만덕 표준영정처럼 고증을 거쳐 재현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 걸까. 일제 수탈에 맞선 투사, 한 집안의 살림을 책임져온 가장, 밭일까지 도맡는 농부 등 해녀의 이미지는 단일하지 않다. 나잠했던 먼 과거에서 고무옷 입은 오늘날 해녀까지 복장이 변해왔고 80대에도 물질하는 이들이 있는데 표준모델의 고유성 운운은 설득력을 잃는다. 행정이 나서서 해녀가 주는 문화적 상상력을 막아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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