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정정용 감독의 말로 돌아본 준우승

[U20월드컵] 정정용 감독의 말로 돌아본 준우승
  • 입력 : 2019. 06.16(일) 13:16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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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치르며 강렬한 출사표를 내며 각오를 다졌다.

  정 감독의 메시지는 선수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됐고 지도자와 선수가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했다.

 정 감독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부터 결승까지 치르는 동안 했던 말들로 준우승이라는 사상 최고 성적을 낸 과정을 되돌아봤다.

 ◇ "삼고초려 해서라도 뛰게 하고 싶다" = 정 감독은 스페인 전지훈련을 앞두고소집훈련을 한 3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소속 구단을 찾아가 협조를 구해서라도 이강인(발렌시아)을 꼭 이번 월드컵에 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이후 그는 직접 유럽 출장길에 올라 발렌시아 구단을 방문해 이강인을 차출할 수 있도록 약속을 받아냈고, 이강인은 국내 마지막 훈련부터 참가해 손발을 맞출 수 있었다. 빼어난 기량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팀이 하나가 되는 데 큰 힘이 된 이강인이 없었더라며 이번 대회 준우승은 어려웠을 것이다.

 ◇ "한계에 도전하겠다" = 4월 22일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국내 최종소집훈련이 시작됐다. 정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년 전 예선부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해왔다. 그동안 즐겁고 보람도 있고 힘든 일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면서 이와 같은 출사표를 냈다.

 ◇ 사소취대(捨小取大) = 5월 2일 최종엔트리 21명을 확정해 발표하고 난 뒤 기자회견에서 정 감독은 사자성어를 꺼내 들었다.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목표로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뜻으로 '어게인(Again) 1983!'을 외쳤지만, 선수들에게는 "이번 월드컵을 치르면서 작은 것을 탐하지 말고 더 큰 것을 노려야 한다. 성적에 대한 걱정에 매몰되지 말고 즐기면서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축구의 미래들은 즐기면서역대 최고 성적이라는 새역사까지 썼다.

 ◇ "멋지게 한판 놀고 나오라" = 세네갈과의 8강전을 앞두고 정 감독이 선수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부담이 엄청났던 일본과의 16강전까지 승리로 이끈 뒤였다. 정 감독은 "결과는 둘째치고 즐기면서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결과가 좋게 나오면 두 경기(4강전, 결승 또는 3·4위 결정전)를 더해 이번 대회에서 총 7경기를 할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네갈전에 대표팀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를 펼치며 4강신화 재현에 성공했다.

 ◇ "우리는 꾸역꾸역 올라갈 거다" = 세네갈과의 8강전을 준비하면서 정 감독은이번 월드컵 예선을 겸해 치러진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비판 때문에 힘들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누가 그러더라. 우리보고 '꾸역꾸역 팀'이라고. 본선에 진출하려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경기력이 안 좋다고 많은 축구 팬이 얘기해 선수들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고는 "그게 의외로 지금 우리 선수들한테는 힘이 되는 거 같다. 면역력이 생긴 듯하다"면서 "우리는 아마 꾸역꾸역 올라갈 거다"라고 웃어 보였다.

 ◇ "정복자의 마인드로" = 에콰도르의 4강전을 치르러 16강 한일전 승리의 좋은추억이 있는 루블린을 다시 찾은 뒤 정 감독은 "선수들한테 폴란드에 오게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땅을 정복하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선수들에게 "루블린은 한번 왔던 장소이고 결승은 새로운 곳에서 한다. 정복자의 마인드로 잘 준비하자"고 했다.

 결국 대표팀은 에콰도르를 꺾고 결승에 올라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 밟아본 우치에서 새역사에 도전할 수 있었다.

 ◇ "프라이드 오브 아시아" = 정 감독은 에콰도르와 4강전을 앞두고 11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폴란드에 오기 전 두 가지 꿈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하나는 '어게인 1983', 또 하나는 우리 선수들이 7경기를 뛰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말도 안 되지만 꿈 같이 이뤄졌다"면서 "지금은 '프라이드 오브 아시아'(Pride of Asia), 즉 아시아의 자존심을 걸고 싸워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 앞서 FIFA U-20 월드컵에서 결승에 오른 아시아국가는 카타르와 일본이 있었는데 두 팀은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아쉽게도 정정용호 또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 "2위에겐 연필 한 자루도 없다" = 우승까지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두고 정 감독도 욕심을 냈다.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을 하루 앞둔 15일 기자회견에서 정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뒤 선수들에게 해줬다는 말을 소개했다.

당시 그가 선수들에게 한 말은 "준우승하면 연필 한 자루도 없다"였다.

 정 감독은 "우리는 폴란드에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가려 한다"면서 "결승에서도 대한민국 국민과 선수, 스태프가 하나 돼 모두가 같이 뛰는 마음으로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했으면 좋겠다"고 우승을 다짐했다. 그러나 준우승도 박수받을 만한 쾌거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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