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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의 詩(시)로 읽는 4·3] (12)떠오르는 말들-제주4·3, 제70주년에(이은봉)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6.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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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쌀, 쌀, 만세, 만세, 만세소리, 소리들로 가득한 골목, 도로, 거리, 산간, 총소리, 총소리, 탕탕탕, 탕탕

아우성, 비명, 피, 피, 피......군함, 바다 위, 함포사격, 폭탄 터지는 소리, 살 찢어지는 소리, 후다닥 도망치는 소리

동굴, 동굴 속에 숨어 사는 사람들, 강아지들 컹컹, 도야지들 꿀꿀.......질그릇, 짚그롯, 감자, 감자 먹는 사람들

동굴, 동굴 입구, 치솟는 연기, 일렬로 늘어서 있는 사람들, 총 든 군인들, 총 든 경찰들, 총 든 서북청년들

나자빠지는 하얀 솜바지. 주저앉는 검정 솜저고리, 흘러내리는 피, 피, 피, 포승줄에 묶인 채 처박혀 있는 사람들

동굴 속, 낡아빠진 고무신, 녹슨 놋수저, 놋젖가락, 찌그러진 반합뚜껑, 삭아빠진 댕댕이그릇, 흩어져 있는 뼈다귀들, 뼈마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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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하면 떠오르는 말은 무엇일까? 4·3은 한동안 '폭동' 취급을 받아왔다. 최근까지 그냥 '4·3사건'으로 부른다. 4·3은 아직 제 이름을 찾지 못했다. 왜 아직까지 정명(正名)을 찾지 못했을까? 4·3은 항쟁이다, 4·3은 민중항쟁이다, 4·3은 통일운동이다, 라고 부르자 한다. 4·3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김달삼(金達三)이다, 이덕구(李德九)이다. 아니 토벌대이다, 서북청년단이다. 아아, 4·3하면 떠오르는 말은 폭도였다. 제주사람은 8할이 폭도였다. 4·3하면 떠오르는 말은 미국이다, 미군이다, 미군비행기이다. 아아, 미군이 총을 겨누었는가? 4·3하면 떠오르는 말은 쌀이다. 만세소리다. 도망치는 소리들로 가득한 골목이다. 도로이다. 거리이다. 산간이다. 아아, 죽임의 총소리이다. 탕탕탕, 탕탕. 그에 따르는 아우성이며 비명이다. 피, 군함, 바다 위, 함포사격이다. 폭탄 터지는 소리이다. 후다닥 산으로 오르는 소리이다. 4·3하면 떠오르는 말은 동굴이다. 아아, 동굴 속에 숨어 사는 사람들이다. 동굴 입구로 치솟는 연기이며 총 든 토벌대들이며 일렬로 늘어서 있는 사람들이다.

아름다움을 경험할 때 눈물이 나는 건, 그 너머에 아픔이 숨겨져 있는 언어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땅 아래에는 70여년 동안 켜켜이 쌓인 엉킨 아픔이 있고 아픈 언어가 숨어있다. 4·3의 기억은 그렇게 날이 선 채 70년이라는 시간을 베어왔다. 1948년 당시 제주 인구의 9분의 1 수준인 2만5000∼3만명이 4·3으로 희생됐다. 희생자의 33%가 어린이·노인·여성이었으며, 희생자의 86%가 토벌대에 의해 발생했다. 토벌대 전사자는 320명으로 집계됐다. 그렇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4·3은 도대체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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