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밝힌 고유정 전남편 살인 사건의 '전모'

경찰이 밝힌 고유정 전남편 살인 사건의 '전모'
20여일 동안 파악된 고유정의 행적 분석
가사소송 이후부터 범행 결심 준비 착수
재혼한 가정 지키기 위해 범행 결심한 듯
훼손 과정서는 사다리·방진복·덧신 구입
  • 입력 : 2019. 06.11(화) 12:48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경찰은 고유정(36)이 재혼한 현 남편과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5월 9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이뤄진 가사소송(면접교섭권)을 통해 강씨에게 6살 난 아들을 보여줘야 될 처지에 놓이자 강씨를 '방해 요소'로 판단,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

 범행 준비는 바로 다음날부터 이뤄졌다. 5월 10일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졸피뎀', '니코틴 치사량', '살인도구', '시신 유기 방법' 등을 검색했고, 이를 토대로 일주일 후인 17일에는 충북 청주시 주거지에서 20㎞ 떨어진 청원군 소재 병원서 '졸피뎀'을 처방·구입했다.

 18일 제주로 입도한 뒤 고씨는 친구와 술자리를 갖는 등 오랜 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범행을 저지르기 나흘 전인 22일 오후 11시쯤 제주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와 표백제(락스), 청소용 솔, 고무장갑, 종량제 봉투, 부탄가스 등 범행에 사용할 물품을 구입했다.

 범행 당일인 25일 오후 5시 고씨는 아들, 강씨를 태우고 제주시 조천읍 소재 펜션에 입실한다. 강씨의 차량은 펜션에 가기 전 인근 마트 주차장에 세워놓게 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의 한 가게에 들른 모습. 경찰은 고씨가 이 가게에서 방진복, 덧신 등을 구입했으며 이 물품들을 시신 훼손 과정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범행은 이날 오후 8시에서 9시16분 사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며, 고씨가 강씨에게 졸피뎀을 몰래 먹여 정신이 혼미해지자 3차례에 걸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실제 펜션 내부 천정과 벽에는 다량의 혈흔이 발견됐는데, 방어를 하면서 생긴 흔적은 식별됐지만, 몸싸움을 하면서 발생하는 혈흔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신을 1차 훼손한 이후 27일 오전 11시30분쯤 펜션에서 퇴실한 고씨는 제주시내 모텔을 잡고, 병원에도 들려 흉기를 휘두르다 다친 오른쪽 손을 치료했다. 다음날 오후 8시30분발 완도행 여객선을 탑승한 고씨는 미리 제주에서 구입한 종량제 봉투와 여행용 가방에 담겨진 시신을 바다에 7분간 유기했다.

 29일부터 31일까지는 김포시 소재 가족 소유의 아파트에서 유기하지 못한 시신을 2차 훼손을 한 뒤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에 들려 사다리와 방진복, 커버링테이프, 덧신 등을 샀는데, 경찰은 훼손 과정에서 발생하는 혈흔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고씨는 6월 1일 경찰에 체포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카레를 끓이고 있는 나를 강씨가 성폭행하려 들자 흉기를 휘둘렀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51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