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외국인 선수 '구관이 명관?'

KBO리그 외국인 선수 '구관이 명관?'
한 시즌 먼저 뛴 윌슨 산체스 등 타이틀 상위권
새내기 중엔 켈리·루친스키·페르난데스 맹활약
  • 입력 : 2019. 06.10(월) 18:35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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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향하는 올해 KBO리그에서 외국인 기상도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격언으로 요약된다.

 KBO리그에서 한 시즌이라도 먼저 뛴 외국인 선수들이 공수 타이틀 상위권을 점령했다. 새내기 이방인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로를 겪는다.

 10일 현재 다승 공동 1위는 9승씩 거둔 앙헬 산체스(SK 와이번스·2년 차)와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5년 차)이다.

 평균자책점 1위와 2위는 나란히 2년 차인 타일러 윌슨(LG 트윈스·1.62)과 산체스(1.76)다.

 3년 차인 제이미 로맥(SK)은 홈런 14개를 쳐 동료 최정과 더불어 홈런 공동 1위를 달린다. 2년 차 오른손 타자 재리 샌즈(키움 히어로즈)는 타점 1위(62개)다.

 홈런 공동 5위(11개)와 타점 공동 8위(44개)에 이름을 올린 3년 차 멜 로하스 주니어(kt wiz)도 이름값은 한다.

 로하스를 제외하고 이들을 앞세운 팀은 대부분 상위권에서 논다. 3위 LG, 4위 NC 다이노스를 빼곤 올해 외국인 선수를 2명 이상 바꾼 팀은 하위권에서 고전 중이다.

 새 외국인 중에선 케이시 켈리(LG), 드루 루친스키(NC), 호세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가 시선을 끈다.

 켈리는 올해 14번 선발 등판 중 13번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채우며 기복 없는 기량을 펼친다. 시즌 성적 6승 6패, 평균자책점 2.14로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5월의 투수로 선정된 루친스키는 평균자책점 3위(1.95)에 올라 NC 마운드에 힘을 보탠다. 루친스키 역시 13번 중 10번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정교한 타격이 일품인 페르난데스는 타격 3위(타율 0.347), 타점 6위(48개), 최다 안타 1위(92개)에 올라 두산의 외국인 타자 고민을 단숨에 해결했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불펜 투수로 뛰느라 투구 이닝이 많지 않았던 SK 산체스는 KBO리그 선발 2년째를 맞이해 완벽하게 적응했다.

 특히 우리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지난해 체력 문제를 겪었지만, 올해엔 구단의 적극적인 뒷바라지로 제 입맛을 찾았다.

 처음부터 한국에 잘 적응했던 린드블럼, 샌즈, 윌슨, 로맥, 로하스는 새 공인구와 같은 변수에도 크게 휘둘리지 않고 KBO리그에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새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국은 절대 녹록지 않은 무대다. 제러미 헤즐베이커(전 KIA 타이거즈), 제이크 톰슨(전 롯데 자이언츠) 등 퇴출당한 선수도 둘이 나왔다.

 KBO리그 신규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을 100만 달러(약 11억8천300만원)로 묶은 규정은 각 구단이 KBO리그 유경험 외국인 선수를 찾는 촉매제가 될 게 유력하다.

 SK가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이라는 지상 명제를 향해 브록 다익손을 방출하고 대만에서 뛰던 헨리 소사를 데려온 것, 톰슨 대신 새 외국인 투수를 찾던 롯데가다익손을 새 식구로 맞아들인 것은 신규 외국인 선수 규정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2월 1일 이후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거나 정규리그 개막일 이후 새 외국인 선수와 계약하는 경우, 각 구단은 월간 최대 10만 달러밖에 쓰지 못한다.

 시즌 중반에 미국에서 새 교체 선수를 뽑아오기도 어렵거니와 이 돈으로 데리고올 선수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SK는 KBO리그에서 7년을 뛴 소사를, 롯데 역시 올해 3승 2패 평균자책점3.56으로 나쁘지 않았던 다익손을 각각 영입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착실히따른 셈이다.

 새 외국인 선수 규정에 따라 올 시즌 코리안 드림을 이룬 선수는 입단 2년째인 내년엔 다년 계약 등으로 올해보다 훨씬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KBO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한 번 제정된 규정 또는 도입한 제도를 최소 몇 년 이상 시행해보자는 게 최근 구단들의 경향"이라며 전력 평준화와 무분별한 외화 유출을 막고자 합의한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 규정이 한동안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거액을 주고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선수를 데려오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쓸만한 외국인 선수를 뽑아와 장수 용병으로 키우는 게 팀 전력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이방인 스카우트 능력과 구단의 운영전략이 성적을 크게 좌우할 요소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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