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살인… 섬뜩하게 닮은 '두 사건'

실종→살인… 섬뜩하게 닮은 '두 사건'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수색 위주로 진행하다 범죄 혐의점 발견했지만
용의자 도주 혹은 시신 이미 유기돼 한 발 늦어
  • 입력 : 2019. 06.10(월) 18:21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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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은 지난달 27일 오후 8시쯤 피해자 남동생이 112에 실종 신고를 한 이후 시작됐다.

 경찰은 실종 사건 메뉴얼에 따라 피해자의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를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실종 사건의 경우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수사'가 아닌 '수색'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범죄 혐의점을 포착한 것은 사흘이 흐른 5월 29일이었다. 피해자 유가족이 알려준 펜션 인근 CCTV 영상 등을 통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의 진술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경찰은 사건을 여성청소년과에서 형사과로 이관했지만, 이미 고씨는 5월 28일 오후 8시30분쯤 제주항에서 완도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실은 뒤였다. 이 때문에 피해자의 시신은 사건 발생 17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실종사건이 살인사건으로 전환됐지만, 신고 초기에는 실종자의 범죄 연루 여부를 모르기 때문에 휴대전화 신호를 중심으로 수색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2018년 2월 발생한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도 이번 사건과 '닮은 꼴'로 진행됐다.

 사건은 제주 관광에 나섰다 연락이 두절된 A(26·여)씨의 가족이 2월 10일 오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경찰은 곧바로 A씨가 묵었던 제주시 구좌읍 소재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자인 한정민(32)과 면담을 진행하고, A씨가 빌린 렌터카 차량도 인근에서 발견했다. 특히 같은날 오후 7시27분쯤에는 한씨가 경찰에 거짓으로 진술한 것을 증명하는 CCTV 영상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수사는 실종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이후 2월 11일 한씨가 용의자로 특정되자 대대적인 수색을 벌여 살해 당한 A씨의 시신을 발견했지만, 정작 한씨는 하루 전인 10일 오후 8시35분쯤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를 빠져나간 뒤였다. 이후 한씨는 도주행각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은 범행 동기 조차 알지 못한 채 '공소권 없음'으로 허망한 종결을 맞았다.

 당시 경찰은 "초기에는 살인이 아니라 실종으로 사건을 취급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앞서 설명한 고유정 사건과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 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제주의 강력사건 대부분이 '실종'에서 '살인'으로 바뀌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어 경찰의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 말고도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과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 역시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나중에야 살인사건으로 드러나 초동 수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하루에도 실종 신고가 10건 넘게 접수되고, 대부분은 단순 가출이나 미귀가인 경우라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원래 실종사건은 형사과가 맡아야 하지만, 인력 문제로 실종 전담반을 꾸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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