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마 식용 유통… 제주 말산업 특구 '허울뿐'

퇴역마 식용 유통… 제주 말산업 특구 '허울뿐'
제주도감사위원회 성과감사 결과
레저세 감면 재원은 경마장이 꿀꺽
  • 입력 : 2019. 05.30(목) 16:07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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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경주마가 식용으로 시장에 유통돼 소비부진과 가격하락을 일으키고, 행정에서는 이에 대한 도축비까지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말 산업 특구 중장기 진흥계획에 반영된 5개 산업 분야·35개 세부사업의 추진실태에 대해 지난해 8월 9일부터 같은 해 9월 18일까지 진행한 성과감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성과감사는 말 산업 특구 중장기 진흥계획에 반영된 3개 산업(경마산업, 승마산업, 마육산업)에 대한 추진상황 등을 점검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제주도는 말 산업 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면서 말 유관기관과 말 산업 발전 업무협약 체결 등 주요사항을 위원회의 심의 없이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 산업 특구 5개년 중장기 진흥계획(2013~2017) 종료일 이전에 새로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도 매년 수립하는 축산사업 추진계획의 한 분야에 포함해 1년 단위로 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문제도 드러났다.

 또한 제주도는 2015년 12월 한국마사회와 '제주 말 산업 육성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해 '제주특별자치도세 감면조례'상의 지방세(레저세) 감면비율을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하면서 감면된 재원을 한국마사회 자체예산으로 가능한 한국마사회 제주경마장 시설개선사업에 사용하도록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지방세(레저세) 감면 재원이 도내 말 산업 경쟁력 강화 등에 환원되지 못하고, 협약내용에 따라 구성하게 된 '제주 말 산업 협의체'도 구성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비육마 육성사업을 위해 2015년부터 2개년 동안 총 11억7000여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보조사업자인 제주축산업협동조합으로 하여금 해외 비육종마 111두를 도입한 후 농가 40개소에 보급했지만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2016년 이후부터는 폐사 등으로 자마 생산이 매년 4~9마리로 저조하고, 경주마의 퇴역마가 식용으로 시장에 유통돼 품질저하로 인한 소비부진과 가격하락 문제 등을 일으킨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말 도체 등급 판정제도를 시범 운영한 결과 경주마인 더러브렛의 육질등급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도축검사증명서 발급 시 비육마와 같은 '말'로만 표기하고, 오히려 총 172마리에 대해 총 1억8000여만원을 지원해 품질이 떨어지는 경주 퇴역마가 식용으로 유통되도록 도축비용을 지원해 고품질의 말고기 판로대책에 역행하고 있는 문제도 드러났다.

 2015년부터 추진한 에코힐링 마로 조성사업은 마을목장, 인근 중산간 승마장, 주변 관광지 등과 연계된 테마별 관광코스로 조성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용역 결과와 다르게 개인 및 마을소유 목장 내에 마로 10개소 102.25㎞를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산간 오름과 자연지형 등 자연환경자원 활용이 어렵게 되고, 일부 마로는 개인승마장을 통해서만 진입이 가능해 마로 사유화 논란이 제기되는 한편 목장주가 가축 이탈방지를 위해 목장 간 연결로를 폐쇄해 코스 단절 등으로 이용객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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