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진의 한라시론] 초심을 잃지 말기를…

[양용진의 한라시론] 초심을 잃지 말기를…
  • 입력 : 2019. 05.30(목)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2018년을 기점으로 제주는 침몰하기 시작했다. 유입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건설업계가 흔들리고 있으며 관광객의 감소가 이어졌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압축 쓰레기의 근원지가 제주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주의 환경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국제적으로 망신살도 뻗쳤고 처리용량이 차고도 넘쳐서 증설공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오폐수를 바다로 무단 방류하고 있다. 섬의 수용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지방정부는 더 많은 관광객을 받아들인다는 빌미로 막무가내로 제2공항을 추진하고 있고 이로 인한 도민 갈등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사파리 같은 엉뚱한 관광 시설들이 투자라는 미명하에 인가 과정을 거치며 주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던 제주의 가치가 상실되고 있음을 제주도민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으며 찾아와서 살고 싶은 섬에서 떠나야하는 섬으로 바뀌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여년 동안 제주는 호황을 누렸지만 그 반대급부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대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고 좋은 부분이 있으면 나쁜 부분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시선을 가리고 판단력을 흩뜨려 놓는다. 시대가 변하면 그에 맞게 기준도 변하는 것은 당연한 진리다. 그 기준을 바꾸려 하지 않는 도정과 개발론자들의 욕심이 결국 제주를 침몰 시키고 있다. 숲을 파헤치고 흙을 퍼내고 도로를 닦아야 거액의 돈이 돌고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논리는 이미 설득력을 잃었고 관광객이 무조건 많이 들어와야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는 업계의 기준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원희룡 도정 초기에는 제주의 난개발을 막아내겠다며 도민에게 읍소했다. 실제로 중국 자본에 대한 난개발에 제한을 가하며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고 시민단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해서 진정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재선 이후의 원도정은 제주를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 당시 내 걸었던 '제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공약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개발론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거수기가 된 양 도민의 반대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고 폐기되었던 ADPi 조사 결과가 표면에 드러났음에도 제2공항 건설을 오히려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 항간에는 무너지는 보수의 잠룡으로 중앙 정계 재진입을 위해 제주에 미련을 버리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거나 국토부와 밀약이 있다는 둥 루머가 난무하고 있는데도 무신경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오히려 도민의 의심만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도백으로서의 책무는 시름에 빠진 지역에 희망을 주는 것이다. 제주의 희망은 제주의 가치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제주의 가치는 더 이상의 개발이 아니고 보존에 더 큰 의미가 있음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도민으로서 도백이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7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