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고통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오늘은 행복"

"4·3 고통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오늘은 행복"
4·3평화재단, 4·3생존희생자들 위로 행사
평화기념관 관람·웃음 치료·사진 촬영 등
  • 입력 : 2019. 05.26(일) 13:44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4·3생존희생자와 가족들이 25~26일 1박2일 일정으로 '4·3생존희생자와 가족이 함께하는 4·3기행'을 함께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공

5월 가정의 달에 제주4·3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생존희생자와 가족들이 함께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25~26일 1박2일 일정으로 '4·3생존희생자와 가족이 함께하는 4·3기행'을 진행했다. 지난해 이어 두 번째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회장 문정식)와 제주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대학생4·3서포터즈 '동백길' 등이 협력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 4월 3일 4·3희생자추념식 당시 아픈 가족사가 공개된 김연옥 할머니가 참가했으며, 올해 1월 사법부의 공소기각 판결로 무죄를 쟁취한 양근방·현우룡·부원휴·오희춘·김평국 등 4·3생존수형희생자들과 가족 등 모두 1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또 오태순 할아버지는 아내와 딸, 손녀 등 가족 3세대 10명이 함께해 '4·3세대전승'의 단초를 제공했다.

 첫날에는 4·3평화기념관 전시 관람, 웃음치료 강의, 사진 촬영 등 가족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개회식에는 정민구 4·3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춘보 제주4·3희생자유족회 상임부회장, 강성의 제주도의원, 김장영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허영선 제주4·3연구소 소장 등이 함께했다.

 양조훈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작년 생존희생자들을 위해 만든 첫 사업이 올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한 행사로 커져 기쁘고 감사하다"며 "어르신들께서 항상 건강하시고 생존희생자들을 위한 행사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생존희생자들의 사연을 말하는 간담회에서 현우룡 할아버지의 아들 현동준씨는 "그 동안 아버지와 여행도 같이 해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이제야 사랑한다고 말한다"며 "아버지가 수형인으로 살았던 한을 이제야 풀게 돼 정말 후련하고 내년 행사에도 같이 참석해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양근방 할아버지는 아내 고복선씨에게 "내가 4·3당시 총상을 당하고 이리저리 형무소에서 옥살이했음에도 항상 곁을 지켜줘서 고맙다"며 "가슴 아픈 한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지금은 그저 행복하다"고 말했고 이에 고복선씨는 "앞으로 더 살다가 저 세상에서도 사랑하자"고 답변해 박수를 받았다.

 올해 행사는 둘째날 북촌너븐숭이 4·3기념관 기행을 끝으로 마무리돼 내년을기약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91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