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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와 문학] (5)오경훈 연작소설 '제주항'③
수탈과 폭력의 통로… 약해지는 저항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5.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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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펴낸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2009)에 실린 하늘에서 본 제주항.

폐지를 줍는 주인공 '동거'
개발 바람과 외래인 유입

"저쪽 눈에 비치는 이쪽은"


"나는 황량하고 바람부는 풍토 속에서 스며들어온 지난 시간대의 많은 축적물들을 잊을 수가 없다."

오경훈 작가는 첫 창작집 '유배지'(1993)에서 소설의 밑바닥에 깔린 제주섬의 한(恨)을 이런 말로 풀어놓았다. 그의 의식 깊은 곳에 놓인 제주땅 사람들은 나라에 바칠 진상품을 키우는 일에 매달려야 하고 관리들에게 재물을 빼앗기며 살아야 했다.

연작소설 '제주항'(2005)은 그 수난사를 들여다봤다. 18세기 중엽 제주 목민관은 제주항의 기반이 된 산지포구를 축항하면서 몸소 돌을 졌지만 그것이 때때로 수탈과 폭력의 통로가 되었다.

'제주항'의 마지막 아홉번째 소설은 항구의 어제를 지나 오늘을 보여주는 '동거(同居)'다. 제주항 주변 지명들을 곳곳에 등장시키며 개발 열기와 그 주변에 모여든 인간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동거'는 신시가지 개발 사업 등 건축업을 하며 돈을 모은 사업가였지만 개발 유망지의 땅을 사들이다 재산을 날린 58세 원석이 주인공이다. 아내마저 병으로 잃고 아들마저 바다 건너 이민가버린 원석은 재활용품을 수거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폐지를 쌓아놓은 창고이자 거주 공간은 제주시 임항도로변 칠머리동산 위 망양정이다. 한 발짝 걸어나오면 항구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사라봉 정상에 세워진 정자 이름과 같다. 원석은 손수레에 짐을 높이 쌓아놓고 탑동길을 돌아 산지교를 건너 금산 언덕길을 오른다. 시가로 내려가면 사사건건 분노가 치미는 원석이지만 그곳을 빠져나와 칠머리동산을 향할 때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지금, 바다를 침탈했던 왜구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게 개발 바람이라면 과장일까. 건축업 시절 알고 지내던 윤전을 통해 온천개발에 뛰어들지만 끝내 파산한 원석은 '원주민'의 한 얼굴이다. 윤전처럼 훗날 장학회를 세운 사람도 있지만 원석은 '외래자'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정직하지 않아 성공했다는 걸 간접적으로 밝힌다. 거짓에 발을 딛지 않으면 개발을 통해 크루즈(상해에서 들어온 중국 여객선 릴리호)를 타고 세계 일주하고 싶은 원석의 꿈은 실현가능성이 낮다.

이재수의 난이 일어난 20세기 초입엔 건입포 어민 한기돌('제주항2-모변')이 외부의 약탈에 맞서려 했지만 소설 속 시대가 흐르면 저항의 몸짓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일곱번째 연작 '어선부두'에서 한일어업협정으로 반복되는 고달픈 현실이 그려지지만 주인공 선우는 뱃일을 그만두고 싶은 낯선 사내에게 속는 줄 알면서도 가출한 아내를 찾아주는 명목으로 돈을 쥐어주고 만다. 하나둘 바다를 떠나는 우리들은 어느새 '저쪽 사람들의 눈에 이쪽은 어떤 모양으로 비치고 있을까'('제주항6-빌린 누이')를 떠올리는 원주민이 된 걸까.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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