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언의 건강&생활]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재활 위한 정신건강시스템 구축

[강지언의 건강&생활]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재활 위한 정신건강시스템 구축
  • 입력 : 2019. 05.15(수)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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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사건, 고 임세원 교수 사건에 이어 지난달 진주에서 일어난 방화와 살해 사건을 접하면서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재활 및 관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사회 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환자는 강제 입원치료로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심지어는 자유가 치료다 정신병원을 폐쇄하라는 요구까지 뜨거운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조현병은 기본적으로 사고의 장애다. 근거 없는 믿음이나 의심이 나타나고 피해망상과 같은 망상적 사고와 환청을 흔히 경험한다. 환상속의 세계, 망상속의 세계를 실제같이 경험하다 보니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고, 병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되니 병에 대한 인식이 없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치료약이 개발되고 약물의 작용을 통해서 인간 정신의 작동 메커니즘도 상당부분 알게 되었고 이러한 뇌기능의 문제가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각종 정신치료, 재활치료, 인지치료, 사회복귀요법 등도 점점 정교하고 세련되게 발전해왔으며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개선된 약물들이 나오고 있어서 상당수의 조현병은 성공적으로 치료된다. 하지만 문제는 잘 치료가 되지 않거나 도중에 치료를 중단하여 만성화되는 중증 환자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앞에서 열거한 여러 사건의 공통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첫번째는 취약한 정신의료체계의 재정비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정신장애 역시 조기에 발견하여 빨리 치료를 받을수록 효과가 좋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병이 발생한 후 치료받기까지의 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긴 것은 사회적 인식과 편견의 산물로 보인다. 적절한 치료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정신센터-경찰-119 간에 긴밀한 공조가 되는 정신응급대응체계가 구축되어야 하고, 응급병상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급성기 집중치료를 위하여 인권이 보장되고 치료 개방적인 입원치료 환경이 요구된다. 다학제적인 최선의 치료가 적시에 이루어져야 만성화와 재입원을 막을 수 있다. 퇴원 후 낮병원을 통한 지역사회 적응과 연계를 활성화하여 지역사회 복귀전략도 균형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두번째는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 기반이 더 촘촘히 확충되어야 한다. 정신건강서비스의 지역사회 중추기능을 수행해야 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공공성 확보와 전문인력 확충 등을 통해 정신건강증진과 지역사회 보호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정신재활시설을 고르게 확충하고 이용권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은 정신질환자의 회복과 건강한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이다.

세번째는 당사자 및 가족지원을 강화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오랜 투병과정에서 사회적·경제적 역할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들도 소진되기 쉽다.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하고 회복한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동료지원, 절차보조사업, 당사자 및 가족 참여의 확대도 필요하다.

우리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 정신보건에 대한 중앙과 지방정부의 투자, 법과 조례를 통한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강지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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