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어 표기법의 통일과 준수에 솔선수범하자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어 표기법의 통일과 준수에 솔선수범하자
  • 입력 : 2019. 05.15(수)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어는 우리의 보물이다. 제주어가 우리의 역사와 전통, 조상들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는 언어라고 해서만이 아니다. 제주어는 현대의 표준어보다 더 섬세한 언어의 면모를 보여주는 규칙과 어미 활용 등을 품고 있으며, 15세기 우리나라 표준어의 면모를 잘 간직하고 있는 언어일 수도 있다. 필자가 제주어를 접하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제주어의 보존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은 매우 미흡하다. '제주어 보전 및 육성을 위한 조례'가 제정된 지 12년이 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어 표기법'이 고시된 지도 5년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 사람이면 누구나 다 제주어 원어민이다' '지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음대로 쓰고 있는 언어가 제주어 아니냐' '제주어의 면면과 그에 대한 의견이 다양해서 통일된 사용이 어렵고 보존도 불가능하다'는 사람들, 심지어 '제주어를 꼭 사용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느냐'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는, 한 사회가 품고 있는 언어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제주어를 제대로 접해 보지 않아서 그 가치를 모르고서 하는 얘기다.

이런 부정적 현상이 제주어에 관한 전문가나 전공자, 학자 같은 이른 바 지도층의 경우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조례가 있음에도 이분들에 의해서 걸러진 간판에 '제주방언'이 버젓이 쓰이고, 이 분들이 직접 쓰거나 검수한 글귀에 고시된 표기법과는 다른 표기가 공공연히 나타난다. 지도층이 자기 이론이나 주장과 다르다고 지키지 않는다면 필자 같은 문외한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학자분들 중에는 제주어에 관한 주장은 학자 소관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제주어가 학자들만의 전유물이라면 착각이다. 사용자가 없는 언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어의 사용자인 필자는 그저 제대로 제주어를 아끼고 사용하며 보존에 일조할 수 있도록 표기법을 통일시키고 솔선하여 지키면서 모범을 보여 주시라고 당부할 뿐이다.

대상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없는 학문은 가치가 없다. 제주어를 대상으로 그 수준의 향상을 추구하며 지키려고 노력해야 그게 학문이고 연구다. 언어의 소비자가 어떻게 제대로 사용할 것인지 바로 잡아주는 게 그 소관 아닌가. 자기 맘에 안 든다고 지키지 않는 것은, 제주어의 바른 방향을 위해 나름대로 지키고자 하는 소신과 충정이라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제주어의 수준과 생존보다 자기의 주장과 자존심을 우선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간다면 이는 지혜로운 사공이 없거나, 없느니만 못한 사공들이 있기 때문이다. 논의 과정에서야 이견을 낼 수 있지만 결정된 후에는 결과에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맞서 언어 독립 투쟁을 전개하였고 '조선말 큰사전'을 편찬한 이극로 박사는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이라고 하셨다. 제주의 정신이고 생명인 제주어의 보존을 위해 제주어를 죽이지 않고 살리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솔로몬의 지혜로운 판결'을 돌아보시라. 솔로몬의 진짜 어머니 판결 기준은 '여인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보여준 욕심 버리기'였다.

<이종실 (사)제주어보전회 상임이사>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4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