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원의 문화광장] 新인류로 살아가기

[고재원의 문화광장] 新인류로 살아가기
  • 입력 : 2019. 05.14(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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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중국 차마고도의 마을과 연휴를 빙자해 육지 나들이를 다녀왔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인류는 수백만년전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것에 대한 목마름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질 않는다. 잠시도 쉬질 않는다. 요즘 현대인류로 살기도 쉽지 않다.

카라반들이 머물렀던 어느 옛마을에 가보니 그곳 주민들은 물론 여행객들도 한가롭다. 자기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파는 가게와 식당은 가족들이 운영하는 듯 앞에 얘들이 뛰놀고 있었다. 마을 옆 밭에서는 몇명이 농사일을 하고 있고, 하천 주변에서는 학생들이 한가롭게 수다를 떨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여행객을 태운 마차도 마을 안길을 천천히 누빈다. 우린 한 가게안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부부가 운영하는 듯 예전의 스피커와 전축, 카메라와 사진들이 채워져 있다. 주인부부는 사진작가처럼 보인다. 은이 유명한지 공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거리의 나뭇잎을 치우는 사람도 보인다. 멀리 설산이 보인다. 마을 전체가 옛모습이다. 자동차는 멀리 있는 주차장에서 걸어야 마을에 진입할 수 있다.

얼마후 어린이날 연휴를 맞이하여 친구들과 함께 뭍으로 갔다. 박물관, 기념관, 휴양지를 둘러 보았다. 사람천지다. 도로에는 자동차로 가득하다. 빠르게 움직여야 뭐하나라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에 떠밀려 전시구경은 대충 볼 수밖에 없다. 차가 밀려 짜증이 경적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유원지 음식점도 조용히 먹을 수 없다. 밥을 먹는 건지 것을 먹는 건지 한끼 때우는 기분이다. 새로 출렁다리 만들어져 있는 저수지에 팬션을 잡았다. 다리를 건너는데 바로 옆 주차장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과 식당에서 빠져나온 사람들과 뒤엉켜 다리를 건넌다. 멋진 야경에 사진 찍기도 버겁다. 아쉬워 아침에 한가로이 다리를 건너려고 했는데, 9시부터 문을 연다는 팻말이 보일 뿐이다. 이게 한국사람이 즐기는 연휴인가 싶다.

얼마전부터 제주는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 폭발적인 관광객의 증가, 이주민의 제주정착, 결혼 등 외국인의 정주 등으로 제주인구는 빠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와함께 다양한 문화가 제주에 들어와 새로운 삶의 풍속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우는데, 자동차 증가로 인한 교통문제, 쓰레기문제, 자연환경의 훼손 등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이러한 제주도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가 아쉽기만 하다. 삶의 정신적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인식이 결국 더불어 행복하고자 하는 철학적 빈곤으로 인해 편향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물질만능사회로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많은 토론 없이 극단적인 대립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서로 다른 낯선 눈으로 인해 어쩌면 제주사람들의 역할없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삶의 가치가 고급 아파트를 소유하고자 하는 인식이 팽배해 지고 있어 씁쓸하다. 요즈음 살아가기가 팍팍하다. 가까운 과거의 삶의 흔적을 뿌리치고 신인류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고재원 제주문화유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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