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문화 제주 정체성 탐색할 중요한 자원"

"표류 문화 제주 정체성 탐색할 중요한 자원"
제주대 인문과학연구소 지난 11일 표류지 답사 인문 체험
장한철 유적·김대건 신부 표착 기념관·하멜 위령비 3곳
"타자의 시선으로 본 제주… 제주인이 만난 새로운 세상"
  • 입력 : 2019. 05.12(일) 17:4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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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2리 하멜 위령비를 찾은 표류지 답사자들이 강문종 제주대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진선희기자

초여름 날씨였지만 바닷바람은 제법 거셌다. 360여 년전, 이 앞바다에 떠밀려 온 걸로 보이는 '서양인'들이 있었다.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다.

지난 11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2리 해안도로. 제주대 인문과학연구소가 진행하는 인문체험으로 3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2017년 신도2리마을회, 신도2리향민회, 해양탐험문화연구소 부설 하멜기념사업회 등이 세운 하멜 위령비가 있는 곳이었다.

위령비에는 제주목사 이익태의 '지영록'을 옮긴 "계사년 음력 7월 24일 서양국만인 핸드리크 얌센 등 64명이 함께 탄 배가 대정현 지방 차귀진 아래 대물 연변에서 부서졌다"는 글귀가 새겨졌다. 해설을 맡은 강문종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커다란 빗돌 앞에 섰다. 강 교수는 "문헌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제주도지사에 해당되는 제주목사가 남긴 기록을 신뢰해야 한다고 본다"며 '지영록'과 더불어 '하멜보고서'에 실린 표류 당시 그림에 나타난 주변 지형 등을 고려할 때 하멜 일행이 하멜기념비가 들어선 용머리해안이 아닌 신도2리에 표착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고 했다.

이날 인문체험은 '표류지 답사'로 꾸며졌다. 답사는 제주시 애월읍 한담리 장한철의 표해록 유적, 최초의 한국인 천주교 신부가 제주에서 행한 첫번째 미사를 증거하는 한경면 용수포구 김대건신부 제주표착 기념관, 하멜 위령비로 이어졌다. 제주바다를 건너 새로운 세계로 향하던 제주인, 제주바다로 흘러와 낯선 땅에 당도한 이방인 등 제주도민들이 잘 모르거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표착지와 관련 유적을 소개하고 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일정을 짰다.

답사 참가자들은 하멜 일행이 제주에 표착할 때 숨진 희생자들이 어디에 묻혔을지 등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수백 년전 제주를 배경으로 벌어진 표류를 기억하고 그 의미를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강 교수는 "인문학의 대중화를 말하지만 관심을 쏟는 제주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며 "표류 문화는 타자의 시선으로 본 제주, 제주인이 본 바깥 세상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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