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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계 이 사람] (25)'한라산 화가' 채기선씨
"이제야 화가로서 본선 진출… 해녀 그림은 과제"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5.06.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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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센터 전시실에 걸린 5m 길이 대작 '마음의 풍경-한라산' 앞에 선 '한라산의 화가' 채기선. 그는 이제야 화가로서 본선에 진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선희기자

30대에 제주자연 1천점 그려
근작 한라산은 기억 속 심상

"한라산이 주는 떨림 없다면
팍팍한 현실 어떻게 견딜까"
전업 장기 레이스의 에너지

10년 전,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하기 전 그는 품어뒀던 그림 500여점을 불살랐다. 지난해 3월에도 그랬다. 유화 300여점을 골라내 불태웠다.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벌인 일로 남아있는 그림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었다.

'한라산의 화가' 채기선. 그는 이미 30대 초반에 제주 곳곳을 누비며 현장에서 1000점이 넘는 유화를 그렸다. 뭉뚱그려 제주 자연을 담아오던 그에게 변화가 생긴 건 봄이 가까워지던 1996년 2월 어느 날이다. 그날 천아오름 근처에서 본 한라산에 사로잡혔다. 풍경에 깊은 울림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의 한라산은 변화를 겪어왔다. 초기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그려졌던 한라산은 차츰 영적인 이미지가 더해진 붉은 빛, 신비로운 푸른 빛을 띠었다. 지금 그에게 한라산은 '이어도' 같은 이상향의 공간이다. "비행기를 타고 오다 한라산 실루엣이 보이면 마음이 떨린다"는 그다. 현실은 100년 전이나, 500년 전이나 팍팍하지만 그것에 다가가기 전까지 설렘과 기대감마저 없다면 어찌 살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그 떨림은 에너지다. 그림 속 한라산은 자연 그대로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고요함에 이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이 있다.

최근 한라산 연작엔 '마음의 풍경'이란 제목이 달린다. 한라산 위 작은 점처럼 떠있는 달이 우주 전체로 확장되는 순간이 펼쳐진다. 청년 시절 섬 구석구석 찾아 눈에 넣었던 한라산을 기억 속에서 되살려내고 있다. 서귀포 앞바다에서 본 범섬과 한라산처럼 장소가 특정되더라도 심상에 가깝다.

이는 그가 제주 자연을 그리되 과거의 그것이 아니라 현대 회화의 독자성을 추구하려는 작업과 닿아있다. 변시지, 김택화, 강요배 등 제주를 소재로 남다른 작품 세계를 일궈온 선배 작가들이 그랬듯 그만의 표현을 찾으려 한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마치고 중등교사로 재직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그 때마다 전업 작가의 길을 택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에 미쳐 살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는 늘 '화가'를 꿈꿔왔다고 했다. 뜻밖의 이야기였다.

"화가의 정체성을 말하는 겁니다. 남들이 '화가'라고 인정해야죠. 컬렉션 반응 등을 보면 저는 이제야 본선에 진출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림은 장기 레이스입니다. 그리는 대상을 사랑하고 영감을 받으며 끊임없이 나아가야 합니다."

부모, 형제들의 땀이 배인 고향 서귀포 성산읍 삼달리 감귤창고를 '갤러리 삼달'로 개조해 제주에 올 때마다 간간이 문을 여는 그는 그리고 싶은 소재가 하나 더 있다. 제주해녀다. 흑산도까지 물질을 나갔고 지금도 바다에 드는 어머니의 영향이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물질을 지켜본 그에겐 갯바위의 미끌거림, 해녀들의 거친 숨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5m 길이의 한라산 대작 등 2018~2019년 그의 근작들은 지금 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센터 전시실에 놓였다. 한라일보 창간 30주년 3인 초대전 2차 전시로 이달 1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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