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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와 문학] (2)오성찬의 '보제기들은 밤에 떠난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5.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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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목자리돔축제 테우 고기잡이 시연. 제주엔 일찍이 바다를 누벼온 보제기(어부)들이 있었다.

"바당이 없어 봐라, 어떵 살아시크냐"
벌레낭개 마을 3대 사연
떼배 타고 생계 이은 어부
희미해지는 바다 이름들


젊은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그의 아버지는 귀향 후 반농반어로 살았다. 논과 밭을 빌어 소작을 하고 삼매봉 앞 외돌개 포구를 근거로 근해어업을 했다. 할아버지 제사가 있던 음력 삼월 어느날, 아버지는 제사상에 올릴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저물 때까지 소식이 끊겼다. 이튿날 새벽에야 포구로 돌아왔는데 바람이 거세 새섬 부근에서 배를 띄우지 못하고 지새다가 파도가 잠잠해지자 바다를 건넌 거였다.

서귀포 태생의 소설가 오성찬(1940~2012)은 이같은 아버지의 사연을 바탕으로 1971년 단편 '어부들'을 썼고 2000년 중편 '보제기들은 밤에 떠난다'를 발표했다. 그의 산문 '아버지, 고집 센 보제기'(1988)를 보면 아버지와 어울려 바다로 나갔던 동네 어른들과 비슷한 이름이 '보제기들은 밤에 떠난다'에도 나온다.

"목이 잠겨올 만큼 가뿍 들어찬 밀물 때에도 작은 포구는 물밑에 잠긴 채 열려 있었다. 증조 때부터 대를 이어 할아버지, 아버지는 이 포구에서 이 섬 사람들 사이에 '테위'라고 부르는 떼배를 타고 주로 멀찍이 물러앉은 저 섬 발과 그 인근 어장에서 보제기질을 하셨다."

'보제기들은 밤에 떠난다'의 한 대목이다. 보제기는 제주방언으로 어부를 일컫는다. 이즈음 '해녀가 곧 제주바다'로 여겨지지만 그 바다를 일찍이 어부들이 누볐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제주 남자들은 가까운 바다로 나가 고기와 전복, 소라 같은 해산물을 잡으며 생계를 이었다.

소설은 '보리장나무들이 울창한 포구'라는 뜻을 지닌 벌레낭개 마을을 배경으로 3대에 걸친 사연이 그려진다. 바다에 빠져 죽는 원혼들이 많아 일년 사시절 무혼굿이 벌어지지 않는 날이 없는 마을이다. 주인공 우식이의 아버지도 바다로 나섰다가 시신조차 거두지 못했다.

"바당에 의지하고 사는 사람덜이란 늘 등에 칠성판을 지고 사는 것이니라." 소설 속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바다를 품은 이들은 신산한 세월을 타고 넘어야 했지만 고통의 한편에 희망이 있다. 바다 속에는 무궁무진한 보화가 들어있고 그걸 아낌없이 우리에게 준다.

그런 바다에 흩어진 여러 이름들이 희미해져가는 게 안타까워 작가는 자리돔과 멸치가 몰려오는 갑생이원, 자바리 같은 고기들이 노상 다니는 괴기올래, 바위의 끝이라는 막바우, 물이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고 바닥이 평평한 바위너설 같은 '지명'들을 불러냈다. "원망스러울 때도 없는 건 아니주만 경해도 이때꺼정 우리를 살린 것이 저 바당이라. 바당이 없어 봐라. 우리가 그동안 어떵 살아시크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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