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우 한라칼럼] 한라봉 등 만감류는 적기 수확이 생명입니다

[김윤우 한라칼럼] 한라봉 등 만감류는 적기 수확이 생명입니다
  • 입력 : 2019. 04.30(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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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말고 다른걸로 주시면 안돼요?" 만감(晩柑)류 시식행사에서 어느 한 관람객이 필자에게 던진 말이다.

40대초반 워킹맘으로 보이는 이 여성은 한사코 손을 저으며 시식용으로 내민 한라봉은 외면한채 과피에 검붉은 색이 감도는 블러드오렌지만을 시식하고 싶어 했다. 이달 3일서부터 7일까지 5일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9리빙디자인페어'에서 생긴 일이다.

올해로써 25회째를 맞는 이 리빙디자인페어는 최신 리빙&라이프트랜드를 선보이는 등 서울 도심권에 사는 워킹맘들에게는 꽤나 인기 있는 페어중 하나이다. 이런 페어에서 한라봉이나 천혜향 등 특정 품종을 거명하며 손사래치는 사람이 그 워킹맘을 포함하여 한 두 사람이 아니였다는게 필자를 더 더욱 긴장케 했다. 조심스레 부스 안쪽으로 모셔서 들은 그들의 대답은 "두달전 쯤 마트에서 구입한 한라봉이 너무 시어 먹지도 않고 버렸는데 며칠 후에 맛본 천혜향도 그 비슷해서 시식하기가 망설여진다."

두달전이라면 아마도 설 명절에 즈음에 구입했던 한라봉이나 천혜향인 듯 한데 소위 설 대목을 노려 조급하게 출하했던 한라봉 등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이 선입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았다. 이는 일부 산지 수집상이나 농가가 설 명절 특수를 노려 맛이 채 들기도 전에 시장출하를 감행한 덕분(?)으로 보여지는 현상인데 어쩐지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만감류는 그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두었다가 따는 감귤이라는 뜻인데 품종마다 정해진 적기에 수확을 해야 제맛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농가가 알고 있는 기준이지만 다시 한번 복기해보면 '황금향'은 12월 중순 이후, '레드향'은 설 명절에 최적화된 1월 중순에, 그리고 문제가 되었던 '한라봉'은 2월 상순이나 중순이 적기이고, 뒤이어 '천혜향'이 2월 하순 이후 '블러드오렌지'가 3월 중하순 이후를 만감류 특유의 제맛을 낼 수 있는 수확적기로 보고 있다.

앞에서 볼 수 있듯이 설 명절 이전이 적정 출하기인 레드향보다 두어 걸음 늦게 나와야 할 한라봉이나 천혜향까지 설익은 모습으로 대목을 노려 시장에 출하하다보니 제주 만감류끼리 출혈경쟁을 해야 하는 아픔에다 제맛을 내지 못한 한라봉이나 천혜향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제주농협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천혜향을 비롯한 만감류 생산량이 전년도에 비해 상당량이 증가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 설은 올해보다도 10일 빠른 1월 25일이다. 벌써부터 걱정되는게 설 대목을 노린 일부 상인이나 농가가 설익은 만감류를 조기출하하는 관행이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크게 우려스럽다.

이런 만감류에 대한 적기출하는 생산농가만 할것이 아니라 전체생산량의 일정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산지 수집상에게도 그 책임은 있는 것이다. 아울러 행정당국과 농협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지도를 통해 2019년산 만감류는 완숙된 모습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김윤우 무릉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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