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논단] 바다 건너 밖을 보자

[현해남의 월요논단] 바다 건너 밖을 보자
  • 입력 : 2019. 04.29(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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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살 때는 우리만 보면 된다. 바꿀 것도 많지 않다. 전통을 잘 지키며 살면 된다. 남과 같이 살 때는 남의 것을 더 많이 보고 배우며 바뀌어야 한다. 바다 건너 밖을 봐야 우리가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를 알 것이다.

우리끼리 살 때 자냥정신은 미덕이었다. 큰 잔치도 돼지 한 마리만 잡으면 피와 내장으로 순대를 만들고 기름으로는 전을 부치고 국물로는 국을 끓인다. 이 미덕이 장사할 줄 모르는 우리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무뚝뚝한 택시 운전기사를 꼽으라면 제주일 것이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도, 공항으로 가자고 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밖에서 공항에 가자고 하면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몇 시 비행기예요?" 이다. 비행기 출발 시간에 늦지 않겠다는 택시 기사의 마음을 대신하는 말이다.

우리 인도는 모두 보도블록이다. 바다 건너 밖의 인도는 반쪽은 보도블록이고 반은 시멘트나 아스팔트인 경우가 많다. 인구의 25%가 넘는 자전거 타는 주민과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어르신네를 위한 인도다. 블록이 이빨 빠지듯이 손상되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환상의 자전거 길은 바다가 있고 오름이 있는 환상적이다. 그러나 자전거 도로는 선만 그어 놓은 듯 허술하다. 낙동강, 영산강, 북한강 자전거 길을 가보면 경치는 볼품 없지만 길은 최고다. 길만을 보면 우리는 "환상"이 아니라 "환장"의 자전거 길이다.

우리 버스 시스템은 세계 최고다. 버스 정류소는 세계 최하일 것이다. 밖은 공간 여유만 있으면 차도 쪽에 정류소를 만들어 뒤에 보행 공간을 만든다. 우리는 인도가 넓어도 제일 뒤쪽에 정류소를 만들어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길을 가는 보행자가 뒤엉키게 만든다.

소문 난 우리 식당은 관광객이 몰린다. 가격도 비싸고 1인분은 팔지도 않는다. 한때 신혼부부 기념사진도 찍고 앨범을 만들어주는 대절 택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었다. 그 때문에 바가지 택시라는 오명을 얻었다. 앞으로 CU, GS 마트에서 초밥, 회, 흑돼지 구이, 갈치조림 등을 팔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식당들도 택시 신세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밖은 농사짓는 작목이 다양하다. 작목이 다양하니까 경험보다 기술이 우선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감귤, 당근, 무, 양배추, 마늘로 단순하다. 단순하니까 옆에서 하는 것을 보며 우리끼리 물어보고 기술은 뒷전이라고 생각한다.

바다 건너 밖의 한라봉, 천혜향은 꼭 익어야 수확해서 판다. 우리는 남이 수확하면 익든 말든 수확한다. 그러니 우리와 밖의 감귤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우리를 빼고 밖의 국장급 고위공무원은 몇 달 간 고위공무원 역량교육을 받고 평가를 통과해야 보직을 받는다. 교육 받으면서 서로를 알고 장점을 배운다. 그러나 우리는 고위공무원 역량평가 없이 고위공무원이 된다. 밖의 행정을 볼 기회가 없다.

우물 안만 보며 사는 개구리는 우물 안 개구리이다. 우물 안에 살아도 밖을 보고 배우는 개구리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우리는 제주에 살아도 바다 건너 밖을 봐야 한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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