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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와 문학] (1)문충성의 '제주바다'
"누이야, 제주바다는 원래 싸움터였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4.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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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치는 제주바다. 40여 년전 '누이야 원래 싸움터였다'로 시작되는 문충성 시인의 '제주바다'는 '낭만 제주'의 관념을 뒤집었다.

매주 한 차례 '제주바다와 문학'이란 이름으로 개별 문학 작품에 담긴 제주바다와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이 섬을 에워싼 바다가 그려내는 풍경 속으로 안내합니다.

낭만의 섬 여겨지던 제주
'싸움터' 표현 두고 "충격"
삶의 양상으로 바다 비유

'제주 사람이 아니고는 진짜 제주바다를 알 수 없다/ 누이야 바람 부는 날 바다로 나가서 5월 보리 이랑/ 일렁이는 바다를 보라 텀벙텀벙/ 너와 나의 알몸뚱이 유년이 헤엄치는/ 바다를 보라 겨울날/ 초가 지붕을 넘어 하늬바람 속 까옥까옥/ 까마귀 등을 타고 제주의/ 겨울을 빚는 파도 소리를 보라/ 파도 소리가 열어놓는 하늘 밖의 하늘을 보라 누이야'.

시의 마지막 구절을 뒤적이며 문득 변시지의 황톳빛 그림이 떠올랐다. 거무튀튀한 돌담으로 둘러싸인 초가를 배경으로 폭풍 이는 언덕에 홀로 선 사내가 등장하는 유화였다. 거기엔 섬의 운명을 두드리는 바다가 있다.

'누이야 원래 싸움터였다'로 시작되는 문충성(1938~2018) 시인의 '제주바다 1'. 뒤잇는 '제주바다 2'에서도 시인은 누이를 부른다. '누이야 오늘은 어머니가 키우는 눈물 속/ 바다에 비가 내린다 빛 잃은 별떨기들 빗속으로 사각사각'이라고 노래한다.

이 시는 1978년 초판이 나온 시집 '제주바다'(문학과지성사)에 실렸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제주도(濟州島)라는 자그만 땅덩이가 척박한 삶의 눈물로 이뤄진 것으로 이해되던 시절이 있었다"고 썼다. 자고 깨면 이마에 걸리는 수평선이나 바다를 보며 시인은 일찍이 슬픔을 알았는지 모른다.

1960~70년대 제주에 관광이라는 옷이 입혀지던 때, 이 섬은 이국의 공간으로 여겨졌다. 남녘 맨 끝에 놓인 섬으로 향하기 위해 건너야 하는 제주바다에 대한 뭍 사람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이 땅에서 꿈을 키웠고 그만한 상실을 경험했을 토박이 시인은 그같은 낭만은 없다고 말한다. 제주바다는 '원래 싸움터'였으므로. 시집 해설을 쓴 김주연 평론가는 이 대목을 두고 '지식 이상의 한 충격'이라고 적었다. 시인이 불러낸 제주바다는 '아름다운 남국의 꿈이 이름 모를 열대 식물에 싸여 아롱지는 신기루의 나라'로 데려다주지 않는다. 그 바다 너머엔 '어두운 생존과 괴로운 싸움으로 범벅이 된' 섬이 기다린다.

시인은 그의 시에 숱하게 어른거리는 바다의 의미를 짤막하게 풀어낸 일이 있다. '제주작가' 2002년 상반기호 '작가를 찾아서' 대담에서 그는 자신의 시에 나타나는 바다를 두고 "그건 눈물, 콧물, 땀이지. 게다가 삶의 터전 혹은 양상일 수도 있어"라고 했다. 제주 혹은 변방은 아름다움의 대상인지, 또 다른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는 "아름다움은 무슨……. 처절한 것이지"란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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