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끝난 한국 배구 첫 '전임 감독제'

파국으로 끝난 한국 배구 첫 '전임 감독제'
김호철 감독, 1년 징계로 사실상 퇴출
여자팀 차해원 감독은 지난해 1월 사임
  • 입력 : 2019. 04.24(수) 18:39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김호철 남자배구대표팀 감독.

대한배구협회가 야심 차게 내세운 '전임 사령탑1기'는 파국으로 막을 내렸다.

 배구협회는 지난해 2월 김호철(64), 차해원(58) 감독을 각각 남녀 배구대표팀 첫 국가대표 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전임 감독 체제로 2020년 도쿄올림픽 남녀 동반 진출의 쾌거를 이루겠다'라는 달콤한 꿈을 꿨다. 중간에 '재신임 조건'을 두긴 했지만, 임기를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로 정해 '대표팀의 안정화'를 꾀하려 했다.

 하지만 김 감독과 차 감독 모두 도쿄올림픽 예선조차 치르기 전에 지휘봉을 놓았다. 이유는 다르지만 두 지도자 모두 '불명예 퇴진'의 꼬리표도 달았다.

 차해원 전 여자대표팀 감독은 8개월만인 작년 10월 사임했다. 차 감독이 배구협회에 사표를 내고 협회가 이를 수리하는 형식이었지만 '성적 부진과 대표팀 관리 소홀'에 따른 경질의 성격이 짙었다.

 김호철 남자대표팀 감독은 OK저축은행 지휘봉을 잡고자 움직인 정황이 포착돼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실상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야 하는 중징계다.

 차 전 감독은 부임 후 처음 치른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6개 출전국 가운데 12위에 그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 획득으로 2회 연속 우승에 실패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승 4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게다가 여자대표팀 내에서 스태프 간 성추행 사건까지 터져 "대표팀 관리에 소홀했다"는 질책도 받았다.

 김 전 감독은 '대표팀 재임 기간 중' 프로행을 추진했다. 김세진 전 감독이 떠나 공석이 된 OK저축은행 사령탑 자리에 오르고자 구단과 협상도 했다.

 김 전 감독을 향해 "대표팀 사령탑으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질책이 쏟아졌고, 배구협회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1년 자격정지의 징계까지 내렸다.

 남녀 배구대표팀 '전임 감독제'는 출발 단계에서 파국을 맞았다.

 여자대표팀은 외국인 사령탑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이 이끈다. 하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브라질 리그 미나스팀의 수장으로 대표팀 사령탑은 겸임 형태다.

 차해원 전 감독의 사임 후 신임 사령탑 영입에 고초를 겪은 배구협회는 일단 '여자부 전임 감독제'를 포기했다.

 라바리니 감독의 임기는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전까지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면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까지 연장된다.

 계약 연장을 거듭해도, 라바리니 감독 체제에서는 '전임 감독제'를 유지할 수 없다.

 남자대표팀은 새 수장을 찾아야 한다. 전력상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나 상황은 더 악화했다.

 특히 김호철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재임 기간에 프로행을 추진하면서 '대표팀 전임제의 실상'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거의 모든 관계자가 "안정적인 생활 등 여러 면에서 당연히 프로구단 감독이 지도자 개인에게는 유리하다"고 밝혔다. 프로구단의 제의가 오면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배구협회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게 대표팀 감독 전임제 전반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V리그 13개 구단 단장은 "국가대표 감독 재임 기간에 해당 지도자를 영입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계획과 약속으로는 치유할 수 없을 만큼, 한국 배구대표팀에 큰 상처가 생겼다.

 두 번째 대표팀 전임 사령탑을 언제 선임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연합뉴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74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