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14년만 찬반 논란 종지부

국내 첫 영리병원 14년만 찬반 논란 종지부
[해설] 영리병원 시작에서 개설허가 취소까지
  • 입력 : 2019. 04.17(수) 15:36
  •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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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가 17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개설 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영리병원 문제는 14년만에 찬반 논란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으로 국제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고 해외 고급 의료관광객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영리병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11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국내·외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문제는 외국영리법인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의결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이어 2006년 2월 제정된 제주특별법은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인 경우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인의 종류와 요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에 필요한 사항은 도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제도적으로 영리병원 설립이 보장되자 같은해 12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신규 핵심프로젝트로 확정, 추진됐다.

 2008년 들어서 김태환 제주지사가 영리병원 추진의사를 공론화하며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영리병원 도입은 무산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2014년 2월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며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보건복지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18일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사업계획 승인후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총사업비 778억원을 투입해 2017년 7월 28일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녹지국제병원을 준공한 데 이어 의사 등 인력 134명(도민 107명)도 채용했고, 8월28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2017년 1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진행된 네차례의 심의회를 통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한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주도에 제시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민사회의 찬반논란이 이어지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를 통해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4일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불허 권고'를 했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불허권고를 하면서도 정책제언으로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하여 헬스케어타운의 전체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반 행정조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기존 고용된 사람들에 대한 도 차원에서의 정책적 배려 등도 제언했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내려진 후 최종 정책결정을 위해 사업자인 녹지국제병원측과 서귀포시 지역주민, 헬스케어타운 사업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측, 정부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 병원 등으로 활용하라는 공론조사위의 정책제언에 대해서는 원희룡 지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VIP병실부터 지하 기계설비실까지 꼼꼼하게 돌아본 결과, 야외 자쿠지까지 설치된 최고급 병실 등 현재의 시설은 프리미엄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위한 의료.휴양시설 외에는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장 점검을 통해 녹지국제병원은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 지어져 타 용도로 전환이 어려운 상황임을 확인됐고, 채용된 직원들과 함께 지역주민들도 지역경제와 일자리 등을 위해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에 원 지사는 현 정부의 '영리병원 허용불가'라는 기조를 무시하고 조건부 허용이라는 용단을 내렸다.

이에 녹지병원 사업자인 녹지그룹 산하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도가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만 한정해 개설허가를 낸 것은 위법하다며 지난 2월 14일 허가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청구 소송을 제주지법에 냈다.

또 녹지는 현행 의료법이 정한 개원 기한(2019년 3월 4일)을 지키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지난 3월 26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실시했고, 청문주재자는 이에 따른 종합적이고 최종적인 결과인 청문주재자 의견서를 지난 12일 제주도에 제출했다.

청문주재자는 ▷ 15개월의 허가 지연과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유가 3개월 내 개원 준비를 하지 못할 만큼의 중대한 사유로 보기 어렵고 ▷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이를 이유로 병원을 개원하지 않고 있으며 ▷ 의료인(전문의) 이탈 사유에 대해 녹지국제병원측이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당초 녹지 측은 병원개설 허가에 필요한 인력을 모두 채용했다고 밝혔지만, 청문과정에서 의료진 채용을 증빙할 자료도 제출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17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원 지사는 "지난 12월 조건부 허가 직후, 제주도는 개원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협의해 나가자는 의사를 전했음에도 녹지측은 협의 요청을 모두 거부해 왔다"면서 "지금 와서야 시간이 필요하다며 개원 시한 연장을 요청하는 것은 앞뒤 모순된 행위로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앞으로 법규에 따라 취소 처분을 하고 법적 문제와는 별도로 헬스케어타운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사업자인 JDC, 투자자 녹지, 승인권자인 보건복지부와 제주도 4자간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다.

제주도의 이같은 결정은 앞으로 국제 신인도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해외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추진해 온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은 헬스케어(의료 서비스)가 없는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전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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