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진의 한라시론] 올해도 4월은 왔지만…

[양용진의 한라시론] 올해도 4월은 왔지만…
  • 입력 : 2019. 04.11(목)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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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3'이 지나간다. 4월은 늘 그렇게 이맘때 찾아오고 제주사람들은 또한 늘 그렇게 눈물을 훔쳐 닦는다. 새봄을 맞는 4월이면 이 섬은 그렇게 슬픔과 억울함, 또는 고통의 기억을 되새기며 지나간다.

지난 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4·3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사진전이 열려서 4월 6일까지 이어졌다. 이 행사는 현재 국회에 개류중인 4·3 특별볍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로서 제주 지역구 국회의원 3사람과 도의회 4·3특위에서 주도한 행사였다. 개막식에는 생각만큼 많은 수의 의원들이 참석하진 않았으나 제주 국회의원들과 친분이 있는 몇몇 의원들과 여당의 정책위원 등이 참석해 주었다. 그리고 의원회관 곳곳의 게시판에는 이날의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참석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4·3을 상기시키는 데는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의원들은 예상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겐 여전히 4·3이 부정하고 싶은 현실인 것이다. 특히 극단적인 우경화로 치닫는 보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를 거치며 수면에 드러난 4·3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고 억울한 세월을 지내온 제주사람들의 명예가 또한 제대로 회복 되어 나갈 것으로 믿었지만 역시 보수 정권은 가치관은 달랐던 것이다. 지난 정부의 공식 사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논리로 유야무야 덮고 가려는 시도가 많았다.

다행히 지난 해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4·3 알리기'에 정부, 여당과 시민단체, 학계 등이 모두 나서 주었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효과를 보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4·3이 해결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올해 1월, 18명의 4·3 수형인들이 죄 없이 감옥에 가둬졌음을 정부와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역사적인 최초의 공식적인 명예회복이 이루어 졌다. 주름 가득한 얼굴로 눈물 흘리며 좋아하시는 그 분들을 지켜보는 제주의 많은 사람들이 같이 울었다. 당연한 판결이 반세기도 훌쩍 넘긴 70년 세월이 지나서야 내려진 이 기막힌 현실에 사람이라면 당연히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살아생전 명예회복을 하실 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수만 명의 희생자는 물론 '연좌제'라는 사슬에 묶여 자유와 인권을 억압받고 살아온 수십만명의 피해는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이란 말인가?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4·3의 진실이 다시 묻히지 않도록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아직도 눈치 보며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찾아내어 모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범죄 사실까지 공식화하여 올바로 기록을 남기는 그 기나긴 작업을 멈추지 말고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이 땅에 살고 있는 후손 된 도리이고 다음세대에게도 유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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