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세대전승 통해 치유되는 제주 4·3

[열린마당] 세대전승 통해 치유되는 제주 4·3
  • 입력 : 2019. 04.10(수)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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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은 눈물바다였다. 정방폭포에서 학살당하는 가족들을 목격한 할머니의 아픈 사연이 대학생 손녀의 입으로 전해지면서 듣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 가족들이 바다에 버려진 후, 10살까지 신발도 못 신은 고아로 살았고, 머리에 후유 장애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오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자손녀들에게는 바다를 좋아하고 화사하게 잘 웃는 따뜻한 할머니였다. 손녀는 할머니에게 우는 모습보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며 항상 웃으며 살자는 바람을 전했다. 이러한 손녀의 증언에 김연옥 할머니는 대성통곡을 했고, 이를 지켜보는 추모객들도 숙연해지며 공감의 눈물을 흘렸다.

4월 1일에는 4·3 평화기념관에서 4·3 도민연대가 주관하는 제16회 '청소년 4·3 이야기 마당' 행사가 있었다. 한 중학생이 '학생증'을 주제로 감동을 주는 발표를 했다. 4·3 당시 부원휴 학생의 학생증과 자신의 학생증을 비교하면서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학생증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미래의 꿈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중학생 부원휴는 4·3으로 인해 자신이 가졌던 꿈을 잃었고, 4·3 수형인으로 평생 억울한 죄인의 굴레를 짊어져야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17일 대한민국 법원의 무죄판결로 죄인의 족쇄가 풀렸다. 그리고 학생증에 간직했던 꿈이 다음 세대를 통해 이어져 가는 것에 감격했다. 발표가 끝난 후 71년 전 중학생은 현재의 중학생과 감격의 포옹을 하며 고마워했다.

4·3은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다음 세대와 공유하면서 그 아픔이 치유되고 있는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 4·3을 체험한 분들의 삶과 이야기가 다음 세대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이뤄지고 있다. <오승학 한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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