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수의 한라칼럼] 공공건축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선은수의 한라칼럼] 공공건축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입력 : 2019. 04.09(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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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공공건축을 포함한 생활SOC에 8조7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정부예산과 매칭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투자까지 포함하면 생활SOC 투자 규모는 12조원 정도에 이른다. 생활SOC 3대 분야는 ▷여가·건강활동 지원 (1조6000억원) ▷지역경제 활력제고 (3조6000억원) ▷생활안전 및 환경의 질 개선 (3조4000억원) 등이다.

공공건축은 그동안 급속한 산업화와 토목위주의 개발논리에 묻혀서 그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체 우리사회에서 자리를 찾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공공건축은 지역사회의 커뮤니티에 핵심적인 시설로서 공동체의 해체로 인한 개인과 개인, 지역과 지역의 갈등을 복원시킬 수 있는 중요한 건축적 공간이자 삶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따라서 공공건축은 지역 커뮤니티의 축으로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하는 공간으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공공건축의 선구자였던 건축가 (고)정기용 선생은 "공공건축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공간. 사람들의 구체적이며 실체적인 요구를 공간으로 직접 반영하는 것" 이라고 하였다. 정기용 선생이 진행한 전라북도 무주의 30여개(군청, 정유소, 면사무소, 시장 등) 공공프로젝트는 그런 철학을 반영하여 지금도 공공건축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많은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상북도 영주시의 공공건축 프로젝트가 도시외관과 기능을 바꾸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만족도 까지 높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영주를 찾으면서 '공공건축 투어의 성지'로 부각되고 있다. 영주시는 2007년부터 '공공건축·공공공간 통합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2009년 최초로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건립된 공공건축물들은 각종 건축상을 휩쓸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도시재생과 그에 맞는 공공건축 정책은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대표적인 건물이 영주 노인복지관이다. 노인복지관은 철도시설로 단절된 삼각지 지역에 직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건물로 재탄생해 노인복지는 물론이고 세대 간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낙후됐던 시 전체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영주시의 공공건축 정책을 배우기 위해 전국 지자체들의 벤치마킹도 줄을 잇고 있다. 영주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을 비롯해 매년 1500명 이상이 공공건축 투어를 위해 이곳을 찾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제주에서도 그동안 진행해온 사업규모와 종류에 비해 훨씬 많은 생활SOC 사업에 따른 공공건축물들이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건축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제주에 그동안 수많은 공공건축물들이 지어져 왔지만 지역의 가치와 철학을 담아내는 건축물로서 자리잡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현상공모제도를 통해 새로운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공공건축물을 가격입찰에 의한 방식으로 진행함으로써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영주시의 경험을 벤치마킹하여 제주지역도 하루빨리 자연환경과 건축, 그리고 사람의 커뮤니티를 담아낼 수 있는 시스템의 일환으로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제도 등을 적극 검토하여 제주건축문화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선은수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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