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50주년에 별세한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50주년에 별세한 조양호 회장
'위기를 기회로' 대한항공 발돋움 '공로'…일가 '갑질'논란으로 곤욕도
  • 입력 : 2019. 04.08(월) 11:45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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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앞의 조양호 회장.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미국 현지에서숙환으로 별세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이다.

 고등학교 때 미국 유학을 마친 뒤 군 복무를 하고 1975년 인하대학교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석사, 1988년 인하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처음 발을 디딘 이후 1992년 대한항공 대

표이사 사장, 1996년 한진그룹 부회장,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했고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 사이 여러 번 위기가 찾아왔지만, 조 회장은 위기를 기회의 순간으로 만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를 매각한 후 재임차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고 1998년 외환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유리한 조건으로 보잉 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했다.

 이라크 전쟁, 9·11 테러 등의 여파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했던 2003년에는 오히려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보고 A380 항공기 구매계약을 맺었다.

 이들 항공기는 대한항공 발전의 동력이 됐다.

 세계 항공업계가 무한경쟁으로 치달을 때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 창설을 주도한 것도 조 회장이다.

 그는 또 전 세계 항공업계가 대형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LCC) 간 경쟁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시대의 변화를 내다보고 이를 받아들였다.

 나아가 대한항공과 차별화된 별도의 저비용 항공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2008년 7월 진에어를 창립했다.

 조 회장은 '항공업계의 유엔'이라고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발언권을 높여왔다.

 1996년부터 IATA의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Board of Governors) 위원, 2014년부터 31명의 집행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Strategy and Policy Committee) 위원을 맡았다.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아 2008년 대한탁구협회 회장, 2009년 아시아탁구연합(ATTU) 부회장에 선임됐다.

 2009년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주요한 역할을 했다.

 영광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진해운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2013년부터 구원투수로 나서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고, 2014년 한진해운 회장직에 오른 뒤에는 2016년 자율협약 신청 이후 사재를 출연하기도 했지만 결국 채권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2016년 법정관리에 이어 2017년 청산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타의로 물러난 것도 조 회장에게는 씁쓸한 기억이었다.

 당시 정부로부터 '물러나 주셔야겠다'는 사퇴 압력을 받고 2016년 5월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조 회장은 조직위에 파견된 한진그룹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외부 환경에 한 치의 동요도 없이 당당하고 소신껏 행동하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했다.

 결정적 타격은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행태가 알려진 것이다.

 2014년에는 조 회장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지난해는 차녀 조현민 전 전무가 '물컵 갑질'로 물의를 일으켰고,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도 직원 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배임·횡령·탈세 의혹으로 총수 일가가 수사를 받는 등 이른바 '오너 리스크'로 회사가 큰 곤욕을 치렀다.

 갑질 행태에 대한 나비 효과로 지난달 27일 조 회장은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고, 소액주주들의 표를 모은 시민단체에서도 소액주주들의 표를 모아 반대표를 행사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그리고 열흘 뒤 조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폐 질환으로 별세했다.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은 평생 가장 사랑하고 동경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하늘로 다시 돌아갔다"며 "하지만 조 회장이 만들어 놓은 대한항공의 유산들은영원히 살아 숨 쉬며 대한항공과 함께 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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